[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반도체, 2차전지 위주로 활황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가 살아나고 있지만 국내 대표 성장주로 꼽히는 '네카오'(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체면을 구기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1일 18만9900원으로 마치며 종가 기준 19만 원선마저 무너졌다. 이는 지난 4월 27일 이후 약 2달 만이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주가가 9거래일 연속 하락하다 장중 5만 원선마저 깨졌다. 5만 원을 밑돈 건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약 7개월 만이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2021년 6~7월 46만 원, 17만 원선의 고점을 찍은 뒤 그대로 흘러내려 주가가 전고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로 폭등했던 주가가 꺼진 뒤 주가가 1년 넘도록 약세를 보이며 3년 전 수준에서 답보하고 있다. 전고점 기준 네이버는 55%, 카카오는 70% 이상 하락했다. 1년(지난해 6월 24일~지난 26일)로 시기를 좁혀봐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23.67%, 30%씩 각각 미끄러졌다.
최근 하락은 외국인들의 매도세 영향이 컸다. 외인은 올해 초부터 지난 23일까지 네이버 3883억 원, 카카오 3748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미국 긴축 우려가 살아있어 달러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반등 움직임이 느린 성장주 중심으로 '팔자'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기업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유의미한 반등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428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6.5% 하락한 수준으로, 지난 1분기 어닝쇼크에 이어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네이버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9.5% 상승한 3305억 원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치(검색)플랫폼 분야에서 고전 중으로 괄목할만한 성적표가 아니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심을 꺾을 수 있는 요소 또한 남아있다.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김 의장의 특수관계자들이 지난 1년 동안 총 46만6787만 주, 약 300억 원어치를 장내에서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의 주식 매도는 통상 주가 하락 시그널로 읽힌다.
연초부터 챗GPT 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으로 미국 기술주 몸값은 치솟는 와중 국내 빅테크는 이러한 영향조차 피해가고 있어 주주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거래 중인 메타 플랫폼스는 23일(현지시간) 288.73달러를 기록해 주가가 연초 이후 131.5% 대폭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39.8%)와 알파벳(37.3%)도 올해 들어 30% 이상 상승했다.
두 기술주가 AI 등에 투자와 사업을 넓히는 등 반등점을 모색하고 있어 명예회복 시점에 시선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AI 관련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면서도 당장 단기 비용 증가 등은 피할 수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네이버는 내달 대화형 검색 서비스 '큐'의 베타서비스에 나서며 7~8월경 초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연내 대화형 AI인 한국형 챗GPT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의 개선 등이 올해 실적 추정치 상향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나 커머스 영역에서 경쟁사와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광고 매출 대부분이 디스플레이 광고에서 나오기에 실적 개선 전에 경기 자체가 좋아져야 한다"며 "올해에는 AI 관련 투자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실적이 크게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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