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전기차 한국생산하는데"…GM 한국사업장은 '시기상조'


르노그룹 부회장 방한해 배터리 공급 논의…대규모 투자 예고
GM은 내연기관 투자금 회수가 우선…"3~4년 후가 목표"

르노코리아자동차가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GM 한국사업장은 당분간 전동화 전환을 늦추기로 했다. 사진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작업자가 차체에 부품을 장착하고 있는 모습./르노코리아자동차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르노그룹이 한국 부산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선언했지만 또 다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제너럴모터스(GM)의 국내 생산은 더 늦춰질 전망이다. 이미 1조 원 규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관련 투자를 집행했기에, 투자금을 회수한 뒤 전동화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랑수와 프로보 르노그룹 부회장은 한국을 방문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업계에서는 프랑수와 부회장이 한덕수 총리와 르노코리아자동차의 부산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배터리 공급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 르노그룹은 한국 부산공장에서 연간 20만 대 규모의 전동화 차량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 집행을 준비 중에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은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대규모 전기차 생산설비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결정은 한국이 전기차 생산기지로 최적의 조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양질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소재기업도 자리하고 있어 이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수준의 철강기업인 포스코 등에서 자동차용 강판을 조달하기도 수월하다.

우수한 품질을 만들어내는 숙련공의 비율이 높다는 점도 부산공장을 선택한 이유로 분석된다. 실제 르노그룹 내에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100대당 품질 부적합 건수는 전체에서 두 번째로 적으며, 고객관점 차량 품질결함은 가장 적다.

르노그룹은 르노코리아를 전기차 생산과 더불어 유럽시장으로의 수출기지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공략할 시장을 먼저 단정지을순 없다"면서도 "내수시장을 비롯해 유럽시장 등에 대한 수출을 병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M 한국사업장의 경우 당분간 소형 SUV 생산과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경남 창원시 마산가포신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트랙스 크로스오버 차량의 모습. /GM 한국사업장

반면, GM의 경우 아직 한국에서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기존 내연기관차량 생산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아직 전동화 시장에서의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GM은 한국사업장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에 각각 9000억 원, 2000억 원 등 1조1000억 원을 투자해 소형 SUV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 GM 한국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 5월 한 달에만 2만793대가 수출됐으며, 이는 현대자동차 경쟁모델 코나(1만9575대)보다 많은 숫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GM 한국사업장 입장에선 당장 잘 팔리고 있는 소형 SUV 생산을 줄이면서까지 전동화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소형 SUV가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소형 SUV 생산과 판매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GM 한국사업장 관계자는 "당장은 소형 SUV 관련 투자를 집행한 상태기 때문에 전동화 전략을 곧바로 추진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면서 "한국은 전기차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선 기존 내연기관에 투자된 비용 이상으로 실적을 내며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전동화 전환으로의) 기회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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