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속출하면서 시중은행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와 경기 둔화 영향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은행권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5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전년 동월(0.04%)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가계(0.08%)보다는 기업(0.11%)의 신규 연체율이 조금 더 높았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얼마만큼의 새로운 부실이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0.04%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8월 0.05%로 상승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즉,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신규 연체율이 증가함에 따라 은행들의 전체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3%로, 1년 전(0.2%)보다 0.13%포인트 뛰었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계속되는 경기 둔화 흐름에 따라 가계·기업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연 0.5%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까지 3%포인트 올렸다. 불과 1년 5개월 만이다. 특히 그동안은 상환 유예 등의 정부 지원이 있었지만 올해 대출 일부에 대한 상환이 시작되면서 가려져 있던 부채 리스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은행들의 부실 자산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실제 연체율 상승은 은행 자산건전성 지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5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비율 평균은 0.29%로 전월(0.27%)보다 0.02%포인트, 전년 동월(0.25%)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NPL 비율은 고정이하여신이 은행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통상적으로 연체율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상승한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보고서는 가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4분기 0.18%에서 올해 말 0.3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권은 부실 관리에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그동안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왔다"며 "어느 정도 대비를 해놓은 만큼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도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