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AI 기술이 우리 사회를 또 한번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태세입니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인류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와 컴퓨터가 가져온 3차 혁명에 이어 AI 기술이 가져올 차세대 혁명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우리의 삶의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서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고 도태될 것임은 이미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계와 학계도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고 AI 기술을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투자·연구를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올해 두 번째 혁신 포럼을 통해 AI와 조금 더 친해지려고 합니다.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최문정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로 가는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AI 생태계 역시 꿈틀거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와 초거대 언어모델(LLM) 등 강점을 가진 영역에서 서로 협업을 선언하고 AI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역량 있는 스타트업 역시 발 빠른 움직임으로 가능성을 입증하는 등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AI 역량 강화에 나서려는 기업들의 체급 차이를 넘어선 협업 발표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기업들이 AI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성능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면서 한국의 AI 생태계를 향한 전세계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 초거대 AI부터 AI 반도체까지…'AI 풀스택' 도전 '눈길'
국내 산업계에서도 'AI 풀스택'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AI 풀스택은 AI 사업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등 인프라뿐만 아니라 초거대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응용 서비스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역량을 의미한다.
특히 AI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AI 반도체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기존 AI 연산에 활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AI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 반도체 매출이 2020년 230억 달러(30조3485억 원)에서 2025년 700억 달러(92조3650억 원)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IT 기업 네이버의 협업이 좋은 사례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하는 협업으로 초거대 AI 시스템에서 메모리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반도체 솔루션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네이버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운용하며 불필요한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제거하거나, 파라미터 간 가중치를 단순하게 조정하는 경량화 알고리즘을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에 최적화해 초대규모 AI의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반도체 관련 협업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올 수 없다"며 "최소 1~2년은 양사가 긴밀히 협업해 칩셋 설계부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각각의 최적화, 양산과 데이터센터에 적용 등의 과정을 거쳐야 눈에 띄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처럼 각각의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반도체 회로 설계는 각각 다르다"면서 "현재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각각 반도체 기술력과 초거대 AI 모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첫 삽을 떴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LG AI 연구원도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퓨리오사AI와 차세대 AI 반도체, 생성형 AI 관련 공동 연구·사업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초거대 AI를 구동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기술 협력 로드맵을 마련하고, 협업 범위를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 회사의 2세대 AI 칩셋인 '레니게이드'가 양산되면 LG AI 연구원의 '엑사원' 등의 초거대 AI를 실제 환경에서 검증할 계획"이라면서"지금은 사전에 필요한 요소를 준비하고, 서로 정보와 자료를 교환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순히 AI 반도체를 설계해 양산하는 것보다 최적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LG AI 연구원은 레니게이드의 하드웨어 측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AI 모델에 반영해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발을 맞춰가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역시 AI 풀스택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체 초거대 AI 모델 '믿음'을 보유한 KT는 최근 AI 반도체 설계기업 리벨리온과 협업해 생산한 칩셋 '아톰'을 KT클라우드 서버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아톰은 최근 AI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인 MLPerf에서 퀄컴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칩셋 강자를 제치고 약 1.4~3배 앞선 성적을 내는 쾌거를 이뤘다.
SK텔레콤은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에이닷'을 비롯해 SK그룹의 AI 계열사 '사피온'을 통한 AI 풀스택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피온은 지난해 MLPerf 데이터센터용 AI 성능 부문에서 엔비디아를 2.2배(전력 효율)나 앞지르는 성과를 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대화형 AI '이루다' 개발사로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 스캐터랩에 15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실시하며 소프트웨어 부문의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 AI 스타트업 간 협력하며 '윈윈' 사례도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 간 협력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AI 기술을 업종에 맞춰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노코드-로코드 솔루션 '업스테이지 AI팩'과 카카오톡 챗봇 기반 AI 서비스 '아숙업(AskUp)'을 서비스하는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5월 협력을 발표한 두 회사는 업스테이지의 AI팩을 퓨리오사AI의 AI 반도체인 워보이와 최적화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업스테이지는 퓨리오사의 1세대 칩 워보이뿐만 아니라 차세대 칩에도 AI팩을 최적화해 광학문자인식(OCR) 기술 관련 통합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이 두루 갖춰진 한국의 AI 시장에 글로벌 기업들도 관심을 쏟고 있다.
'챗GPT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방한해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고, 기술의 품질도 매우 높으며, AI를 잘 활용하는 국가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에 관심이 크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특히 올트먼 CEO는 "한국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으며, 하드웨어 역량 또한 뛰어나다"며 "더 많은 기업을 탐방해 칩 개발을 함께하는 등 협력을 가속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올트먼 CEO 방한 행사를 주도한 중소기업벤처부 측은 오픈AI를 위한 AI칩 공동 제작 방안을 건의하며 관련 회사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업계 관계자는 "최근 퓨리오사나 리벨리온 등 국내 AI 반도체 업계에서 개발한 칩셋의 성능이 충분히 올라오고, 이를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지금 GPU 값이 무척 비싸기 때문에 AI 반도체가 발전해 활용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은 'AI 반도체 기술동향과 산업생태계' 보고서에서 "국내 AI반도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AI 반도체 팹리스의 성장을 기반으로 AI 서비스 구현을 위한 반도체 성능 개선과 기술개발을 수행해야 한다"며 "AI는 향상된 반도체 성능을 기반으로 고객 만족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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