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DC현산 노조, 내달 11일 총파업 확정…창사 이래 '첫 파업'


임단협 불발 후 조합원 94% 파업 찬성
임금 인상률·저성과자 임금 삭감 '쟁점'
"내달 11일부터 출정식 후 파업 돌입"

HDC현대산업개발 노사가 임금 인상률과 임금피크제 완화 등을 놓고 갈등을 이어온 가운데 이 회사 노조가 다음달 1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권한일 기자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 노동조합이 다음 달 1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노사 간 급여 인상과 근무 조건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7개월 넘게 이어진 가운데, 전체 조합원 90% 이상이 파업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현대아이파크 노동조합과 HDC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HDC현산 노조는 다음달 11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

급여 인상안과 저성과자 임금 삭감 조항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7개월 넘게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사측이 지난 21일까지 외부 용역 결과와 수정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를 보름 더 연기하면서 노조는 파업을 강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HDC현산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2023년 임금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쟁의행위(파업)' 전자투표가 실시됐다. 이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927명 가운데 94.3%인 874명이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현 HDC현대산업개발 노조 사무국장은 <더팩트>에 "사측은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추가 제안 없이 협의를 미루는 등 시간 끌기를 하는 모양새"라며 "특히 저성과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된 취업 규칙을 개정하는 부분을 놓지 않고 있는 듯 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회사 노사는 지난달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통한 임금 단체 협약 조정에서 최종 결렬됐다. 총파업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는 이후 즉각적인 파업 강행을 위한 강경한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사측에서 외부기관 의뢰 후 결과를 받을 때까지 파업을 유보해 달라고 입장을 전해왔고 노측도 이를 수용해 파업이 유보됐다.

HDC현산 전체 노조원 가운데 94%가 총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한일 기자

HDC 노조는 파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다음 달 4일께 전국 임시대의원 피켓 시위에 이어 11일부터 13일까지 파업 출정식과 전국 현장 총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파업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급여 인상률'과 '저성과자 임금 삭감안 삭제' 두 가지다. HDC현산 노조는 도급순위가 비슷한 여타 대형건설사들보다 현저히 낮은 평균 임금 수준에 불만을 가져왔다.

특히 작년과 재작년 광주 HDC현산 시공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붕괴 사고 후 직원들의 사기가 현저히 낮아지고 퇴사율이 치솟자 최익훈 대표이사 등 임원들이 직접 나서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을 비공식적으로 약속하고 결속을 당부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으면서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게 노측 주장이다.

또 저성과자 임금 삭감안은 노노(勞勞) 갈등을 유발하는 사안으로 조합원 찬반 투표에 포함 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HDC현산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지난 붕괴 사고 관련 영업정지 기간 등을 염두에 둔 사측이 강성 노조원과 50대 이상 근로자들의 자진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며 의구심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HDC현산 관계자는 "회사 내부 컨설팅 문제를 외부로 끌어내는 건 부적절하다"면서도 "노조와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고 원만한 결과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HDC현산 노조가 창립된 이후는 물론 이 회사의 전신인 한국도시개발㈜이 설립된 1976년부터 현재까지 총파업한 사례는 없었다. 다음 달 파업이 진행되면 전국 주택·토목 공사 현장은 물론 플랜트·해외 현장 등에서 공기(공사기일) 지연 등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HDC현산에 근무 중인 임직원은 총 1859명(3월 말 기준, 정규직 1049명·비정규직 810명)이다. 이 중 현재 노조 가입자 수는 총 987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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