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주가 내리막길 걷는데…증권가, 희망회로 돌리는 까닭은


올해 3분기 전기료 동결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여름철 냉방비 부담을 고려해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인근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더팩트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올해 3분기 전기료가 동결된 가운데 한국전력의 주가가 고전하고 있다. 경영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의 실적과 주가는 언제쯤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오후 12시 48분 기준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1만8580원) 대비 0.32%(60원) 내린 1만85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중에는 1만8430원까지도 빠졌다. 전날에도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 대비 170원(0.91%) 하락한 1만85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전력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자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인 21일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요금)가 현재와 같은 1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연료비조정단가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전력은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인 전력량요금을 포함한 다른 전기요금 항목을 조정하지 않아 3분기 전기요금은 전체적으로 동결됐다.

3분기 전기요금 동결은 예상됐던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달 2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올린 데 이어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을 앞두고 한달 만에 또 요금을 올릴 경우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은 모두 5번에 걸쳐 kWh당 총 40.4원 올랐다. 인상률은 39.6%다. 하지만 45조 원대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해소해 재무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h당 51.6원으로 산정했지만 지난 1분기와 2분기를 합해 누적 요금 인상 폭은 ㎾h당 21.1원에 그쳤다.

지난해 한국전력 영업적자는 창립 이래 최대인 32조6552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2021년 2분기에 7529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올해 분기까지 8분기 연속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도 7조4006억 원가량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영업손실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때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전력의 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은 역대 분기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원가와 판매 가격 역전 현상은 계속됐다. 1분기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kWh당 각각 165.6원, 149.7원이었다.

한국전력에 배팅했던 개인투자자들은 푸념의 목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주가가 오를 기미가 보이면 외국인이나 기관이 먼저 매수에 나서는데 한국전력에 대한 관심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들어 1년 넘는 기간 동안 주주들은 시간과 기회비용을 잃은 데 이어 정신건강도 피폐해졌고, 재산손해가 막대해졌다"는 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전력이 지난 몇 년간 지속됐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며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비록 3분기 전기요금 인상에는 실패했지만 최근의 에너지 가격 흐름이 영업이익 흑자전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전력의 비용 증감에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계통한계가격(SMP)는 일반적으로 국제유가에 6~7개월 후행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연초 이후 국제유가의 약세가 지속했던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 SMP는 2분기 평균인 151.2원/kWh에서 더 내려갈 전망이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전기요금이 인상에 실패할 경우 단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에너지 가격 흐름은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가정해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하락해, 3분기 요금 인상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 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박광래 연구원은 "여전히 여름철 에너지 가격과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상황의 변화에 따라 투자의견을 재차 수정해야할 수도 있겠으나, 몇 년간 지속됐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LNG 및 유가가 하락하면서 SMP 또한 전년 동기 수준까지 낮아졌다"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하면서 하반기부터는 연료비 부담 축소로 영업이익의 흑자전환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3분기를 흑자전환 시기로 예상한 곳도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흑자전환을 예상한다. LNG, 석탄 가격 급락으로 원가하락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진 만큼 이제는 흑자전환이 아닌 그 이상을 바라볼 때"라며 "2023년 하반기 합산 4조 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되며 2024년에는 전기요금‧원자재 변수가 없다면 8조 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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