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펀드 KCGI가 DB하이텍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추이다. KCGI는 DB하이텍이 부적절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힘을 맛본 KCGI가 본인들의 이익 창출을 위해 괜스레 소란을 자초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3일 KCGI는 9일자로 DB하이텍에 회계장부열람과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3월 31일 자신들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보통주 312만8300주)를 매입한 사실을 공시한 뒤 본격적으로 주주활동을 벌여왔다.
KCGI는 지난달 4일 DB하이텍에 주주가치 제고 활동에 필요한 자료 및 설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KCGI는 DB하이텍 측이 자료 준비에 시일이 소요된다며 답변을 미뤘다고 전했다.
KCGI는 "(DB하이텍이) 주주서한 공개 이후인 지난 7일 회신공문을 보냈지만 내용은 자료와 증빙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자기변명적 설명에 불과했다"며 "주주로서 대화와 협의를 통하여 해소되지 않는 우려스러운 사유들을 파악하고자 한다"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KCGI 측은 "주주와 소통에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에 실망했고 기업가치 훼손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KCGI는 DB하이텍이 뛰어난 기업가치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구시대적 경영행태로 인해 극도로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주력으로 하며 지난해 영업이익 7687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본격 반영된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3971억 원, 영업이익 1536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DB그룹 측은 황당하다는 견해다. 이달 7일 KCGI측에 주주서한을 보냈고, 9일 KCGI로부터 우호적인 내용의 서한을 받았는데 9일자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게 맞느냐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KCGI 관계자는 "앞서 5월 26일까지 DB 측에 협의 일정과 설명자료를 요청했으나 회신이 오지 않았다"면서 "지난 4월 20일 최초로 만남을 제안했을 때 미팅이 이뤄졌다면 보도자료 배포나 가처분 신청 등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B그룹 측은 지난 5년간의 방대한 자료를 요청했기에 시간이 크게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서한을 주고받은 시기를 감안하면 KCGI의 가처분 신청은 이미 정해져 있던 사안으로 보인다"며 "답변 받은 사안과 무관하게 이슈 메이킹에 몰두하고 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현재 DB그룹과 KCGI는 대면 미팅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달 중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KCGI 관계자는 "DB 측은 과거 IR(기업설명회)도 없었지 않나.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로서 궁금한 부분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DB그룹 관계자 또한 "주주간의 대화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KCGI는 한진칼의 경영권 압박에 무게를 실었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산 뒤 주주 자격으로 오너 및 경영진과 대적하여 자기 목소리를 냈다. 당시 KCGI는 조원태 회장에 반기를 들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작전을 펼치며 자본시장에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인식을 공고히 했다. KCGI가 DB하이텍을 통해 한진칼의 선례를 따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19일 DB하이텍은 전 거래일(6만4200원) 대비 1.09%(700원) 오른 6만4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2조8815억 원으로, 코스피 10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