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대 터치한 원·엔 환율…'역대급 엔저'에 '엔테크' 열풍까지


전문가들 "엔화 약세 당분간 지속…투자는 신중해야"

19일 오전 8시 23분께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까지 내렸다. /pixabay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했다. 이날 오전 8시 23분께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까지 내렸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5년 4월 이후 8년 2개월 만이다. 엔·원 환율은 현재 오후 1시31분 기준으로는 100엔당 905.03원을 가리키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긴축을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일본은행이 나 홀로 완화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16일 열린 금융정책회의에서도 마이너스 금리(-0.1%)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도 0% 수준으로 유지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끈기 있게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 반대로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의 내림세가 가팔라졌다.

전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점도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수요가 큰 통화 중 하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진정된 이후 각국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는 등 위험자산으로 돈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엔화 환전 열풍이 부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따라 엔화 환전 열풍도 불고 있다.

지난 5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 엔(약 2730억 원)으로, 4월(228억3900만엔)보다 32% 증가했다. 엔화 매도액은 은행이 고객의 요구로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매도) 금액이다.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지난달 말 6978억5900만 엔(약 6조3200억 원)에서 지난 15일 기준 8109억7400만 엔(약 7조3440억 원)으로 16%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 여행이 급증하며 엔화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엔화 가치가 오를 경우 환차익을 볼 수 있어 이를 기대하고 엔화를 미리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환차익 등 엔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장기적 관점으로는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엔저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은행은 좀 더 견고한 인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인 주가 랠리 등 일부 과열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연말쯤에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엔화 흐름의 기조적 전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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