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코스피가 이달 들어 상승 가도를 타며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대형주들 주가가 살아나고 있지만 카카오 주가는 바닥권에서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 기술주인 카카오의 성장성을 보고 사들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여전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아직까지 반등 시그널이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2일 장중 2650.45까지 오르며 연초인 1월 2일 대비 19.08%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2600선으로 올라선 뒤 안착하는 등 최근 한 달 동안 6% 가까운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대형주가 살아나며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위주로 주가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2년 전 8만500원이던 삼성전자는 올해 초 5만 원대로 내렸지만 전날 장중 7만2000원대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3일 11만9500원(종가)을 가리키면서 2년 전 가격인 12만7500원의 탈환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국민주인 카카오만은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두운 분위기다. 지난 9일 코스피가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대다수가 상승했으나 카카오만 하락세를 보였다.
카카오는 지난 한 달(지난달 16일~지난 14일)동안 0.71% 하락해 주가가 뒷걸음질 쳤다. 2년 전(2021년 6월 18일, 종가) 15만5000원을 가리켰던 주가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전날 주가도 하락해 전일보다 3.23%(1800원) 내린 5만3900원에 마쳤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개인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카카오는 상승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21년 주가가 17만 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국내 대표 IT 회사라는 카카오의 성장성에 투자한 개인은 2년 전 대비 3분의 1토막 난 주식을 들고 있다. 카카오 종목토론방에는 '삼성전자 주가는 회복해 탈출했는데 카카오는 2년을 기다려도 더 내려간다', '개미무덤 쌓고 밑으로 간다' 등 한숨 섞인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카카오 소액주주는 207만 명이다.
카카오의 최근 주가 부진은 외국인의 '팔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 이후 외국인은 카카오 주식 2500억 원어치를 팔았다. 외인의 카카오 보유 비중은 1년 전 28%에서 지난 12일 기준 26%로 내려갔다.
최근 약화된 실적도 주가 발목을 잡은 요소 중 하나다. 카카오의 올해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403억 원, 711억 원이다. 영업익은 전년보다 55.2% 감소한 '어닝쇼크'였다. 매출액과 영업익은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인 1조8259억 원, 1227억 원을 크게 밑돌았다. 실적 약화는 광고시장 침체에 더해 회사의 인프라 비용,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성장동력 투자에 따라 영업비용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89% 줄어든 1438억 원 수준이다.
증권가는 카카오가 하반기에 일부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본격적인 상승세는 경기회복이 따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9일 카카오에 대해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되 목표주가를 6만7000원으로 하향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광고집행이 보수적인 1분기보다 2분기에, 그리고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실적 개선을 예상하지만 대부분의 광고 매출이 디스플레이 광고(DA)기 때문에,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려면 경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엔터테인먼트는 미디어와 스토리(웹툰)의 탑라인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에스엠 실적이 2분기부터 연결 실적으로 반영됨에 따라 뮤직 부문에서 유의미한 실적 기여를 기대한다"며 "게임 역시 신작들의 실적이 유의미하게 반영되는 하반기에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 다만, 올해 AI 관련 투자 비용 증가가 예상돼 카카오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AI나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 쏟은 투자 비용이 성과로 돌아오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카카오톡 개편에 따른 수익성 강화, 기존 옐로우 페이지 시장을 대체할 카카오톡 메시지 광고의 높은 성장 잠재력, 모빌리티 성장, 에스엠과의 시너지를 통한 해외사업 확대 등으로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보유 중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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