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초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대비 크게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한 요인으로 무역수지 악화를 꼽았다. 지난 2월 원화 가치는 주요 34개국 중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한은은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6월)에서 2월 중 예상치 못한 환율 상승의 상당 부분(40%)이 무역수지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분석 모형에 포함되지 않은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강화 예상도 환율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올 초까지 미 달러화가 강세와 약세를 오가는 과정에서 원화의 환율 변화율(전월비)은 여타 통화 평균치를 상당폭 웃돌았다. 34개국 평균 환율 상승률은 4월 0.1%를 기록했는데 원·달러 환율은 2.9%나 상승했다. 특히 2월엔 환율이 7.4% 오르며 34개국 중 가장 높은 통화가치 절하율을 기록했다.
한은이 환율 변화율 확대의 배경을 파악하고자 충격반응 분석을 진행한 결과 내외 금리차와 무역수지 충격은 환율을 올렸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환율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무역수지 충격은 1개월의 시차를 두고 환율에 영향을 줬다. 2월 중 환율 상승폭이 커진 이유 중 40%는 무역수지 충격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초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했던 태국, 남아공,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도 2월 미 달러화 강세 국면에서 통화가치가 큰 폭 절하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전일 대비 환율 변화율의 월중 표준편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평균 0.5%포인트를 중심으로 좁은 범위에서 오르내렸으나 지난해 3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장기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주요 31개국을 대상으로 패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금융개방도 및 환율 제도의 유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진국보다는 금융개방도가 낮아 여타 국가 대비 환율 변동성이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환율 변동성은 금융개방도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각각 높을수록, 달러화 유동성은 낮을수록 확대됐다.
아울러 한은은 정책금리 인상의 여수신금리 파급효과를 점검했다. 우리나라의 신규 여수신금리 파급률은 주요국 평균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 파급률은 90.3%로 주요국 평균(73.3%)보다 높았다. 가계대출·기업 대출 파급률은 각각 69.0%·86.0%로 주요국 평균(71.8%· 91.3%)을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