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내려고 '4조' 대출받은 삼성家…이자만 2000억


상속세 부담에도 유산 60% 사회 환원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후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가운데)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오른쪽),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4조 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후 12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4조 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 대출받고 지분 매각까지…'12조 상속세 마련' 분주한 삼성家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최근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다. 세 모녀가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 규모는 각각 1조4000억 원, 5170억 원, 1900억 원이다.

세 모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 주요 계열사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세 모녀의 주식담보 대출 규모는 4조781억 원에 이른다.

삼성 오너 일가가 부담하고 있는 상속세는 12조 원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역대 최고 수준의 규모다. 이에 오너 일가가 금융권 대출을 받고 일부 주식까지 매각하고 있는 것이다. 홍라희 전 관장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지분 약 2000만주를, 이부진 사장은 삼성SDS 주식 약 150만주를 매각했다.

오너 일가는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6조 원을 납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3년간 추가 납부해야 할 금액은 6조 원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너 일가의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홍라희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받은 주식담보 대출의 금리는 5%대로 알려졌다. 세 모녀가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만 연간 2000억 원 이상이다. 연부연납 가산금까지 고려하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내는 이자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한 데이터분석 업체는 지난달 '국내 여성 주식 부자' 현황을 발표하면서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3년 전에 비해 각각 128.5%, 232.8%, 184.1%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주식을 나눠 받아 지분 가치가 늘어난 것일 뿐, 기존 보유 주식만 따지면 3년 사이 지분 가치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2020년 말과 비교해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 주식은 10% 이상 하락했다"며 "이는 상속세 재원 마련 측면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국보 인왕제색도를 포함한 미술품 총 2만3000여 점을 국가 기관에 기증했다. /이새롬 기자

◆ 상속세 예상했지만…이건희 회장 유지 따라 사회 환원 실천

홍라희 전 관장 등 오너 일가는 거액의 상속세를 예상했음에도 이건희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수조 원대에 달하는 사회 환원에 나섰다. 상속 재산을 매각하지 않고 유산의 약 60%를 사회에 환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회 환원 활동은 1조 원 규모의 유산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 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생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문화 분야에서도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오너 일가는 국보 '인왕제색도' 등 수많은 지정문화재가 포함된 미술품 총 2만3000여 점을 국가 기관에 기증했다.

다수의 지정문화재가 한 번에 국가에 기증되는 건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건희 회장이 생전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말했고, 이재용 회장 역시 부친의 뜻을 따라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해 기증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유족들의 기부는 단순히 '수조 원대'라는 규모를 넘어 기업 오너 일가가 사회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기부와 지원을 실천하는 모범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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