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재차 힘을 보탠다. 개최지 결정이 반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승부처 중 하나인 국제박람회기구(BIE) 주관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임박한 만큼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물밑 지원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회원국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 그룹 총수들의 각오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 오픈에 참석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펼쳤다. 포토존, 홍보 영상 상영, 응원 퍼포먼스, 상징 조형물 등 롯데그룹이 준비한 다양한 현장 홍보 활동을 점검하며 앞으로도 부산엑스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적극 나서왔다. 골프 대회와 롯데자이언츠 야구단을 활용한 지원뿐만 아니라, 해외 출장 때마다 주요 인사들에게 부산 지지를 당부하는 등 홍보맨을 자처했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부산엑스포 관련 행보에 나선 건 올해 초 한국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알리는 차원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 코리아 나이트(한국의 밤) 행사 참석 이후 약 6개월 만으로, 11월 말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지원 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재차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은 롯데 오픈 현장에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6개월 정도 앞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남은 기간 동안 롯데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부산엑스포의 성공적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동빈 회장 외 다른 그룹 총수들도 조만간 부산엑스포와 관련한 보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개최 선정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데다, 곧 4차 경쟁 PT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는 20~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172차 BIE 총회에서는 179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엑스포 후보국의 실사보고서가 회람되고 4차 PT가 예정돼 있다. 11월 말 마지막 5차 PT가 이뤄지지만, 그때는 회원국 대부분이 이미 지지국을 결정한 상태로, 사실상 이번 4차 PT가 최대 분수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도 4월 BIE 실사단 방한과 함께 4차 PT 기간을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점"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지난 3월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3차 회의에서 "3차 PT에서 인류 현안을 함께 해결하자고 제안했는데, 4차에서는 한국의 실제 문제 해결 의지와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회원 국가별 맞춤형 교섭 활동과 파리 현지 활동 등 투트랙 전략을 통해 가용 가능한 정책 수단과 비즈니스 역량 총동원으로 회원국의 마음 얻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20일 4차 PT와 21일 공식 리셉션(환영 연회) 등이 열리는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이 총출동해 유치 지원 활동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수들은 프랑스에서 개별 활동을 마무리한 후 베트남으로 향해 경제사절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그룹 총수들도 현장을 누비며 직접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광폭 행보 중인 최태원 회장은 4월 BIE 실사단 방한 일정을 직접 챙겼고, "힘을 더 결집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지속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외 청년층으로 구성된 대한상의 엑스포 서포터즈와 함께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에서 상인·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게릴라 거리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서포터즈들과 한국이 엑스포를 유치하려는 이유, 4차 PT 준비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총수들의 강력한 의지 아래, 주요 기업들도 막판까지 홍보 총력전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최근 삼성과 롯데는 부산벡스코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을 펼쳤고, 삼성의 경우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유럽 최대 항구 축제 '함부르크 개항 축제'에서도 부산의 강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LG전자는 국내 대표 민간 오페라단 '솔오페라단'의 공연을 후원, 이들과 연계해 브라질에서 부산엑스포 지지 요청 활동을 벌였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의 부산엑스포 전담팀은 개최지가 결정될 때까지 유지된다. 어떻게 실질적인 효과를 얻고, 또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열기를 전 세계적으로 잘 전달하는 것이 기업들의 역할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의 경쟁 도시는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이다. 당초 '오일머니'를 앞세운 리야드가 크게 앞서 나갔지만, 지난해 '한국 정·관·재계 원팀'이 유치 활동을 적극 펼쳤고, 현재 부산과 리야드의 초접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