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도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지속할 전망이다. 가계대출이 다시 꿈틀대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완화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수포로 돌아갔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 원으로, 전월(677조4691억 원)에 비해 1431억 원 늘었다. 지난해 1월부터 16개월 연속 이어지던 가계대출 감소세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금리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4%대, 신용대출은 5%대까지 떨어지면서 고금리 때문에 줄어들던 가계대출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은 최근 금리 하단이 모두 3%대까지 내려왔다.
이와 더불어 연체율도 상승 중이다.
지난 3월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1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주담대 연체율도 0.1%에서 0.2%로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연체율이 내년 초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부채 상환·축소 흐름이 약화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위험을 높이고 거시경제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금융 규제들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DSR 규제가 흔들리는 스탠스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DSR 규제 완화를 기대해서는 안 되며 큰 틀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나 역전세 문제 등에 대해서는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진행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DSR 규제를 계속 유지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역전세 등 취약계층 등을 위한 특별 사례에 대한 미세 조정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며 금융당국이 DSR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며 "그러나 금융당국이 DSR 규제 완화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이러한 기대감은 수포가로 돌아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