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5일 서울 서초구에 반포동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아파트 'The Palace(더 팰리스) 73'의 분양 홈페이지에 이같은 홍보글이 적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본 수요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적절한 가치관이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027년 9월 준공 예정인 이 단지는 '자본가들을 위한 트로피 하우스', '럭셔리 주거공간' 등의 고급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라이빗 갤러리'는 검증된 고객에 한해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정확한 분양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부동산 업계는 평수에 따라 120억~400억 원대의 가격을 예상하고 있다.
분양 홈페이지를 방문한 수요자들은 광고 문구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정보망서비스(SNS)에는 "적어도 '차별화된' 정도로 표현할 눈치도 보지 않았다", "한국 사회가 접한 난국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한없이 천박한 자본주의다" 등의 비판이 일고 있다. 또 "한국인이 평등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기업이다", "광고 문구가 헌법 위배를 주장하고 있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전문가들 역시 이 홍보글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은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은 개인 소비자보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기업은 그 역할을 인식해 책임감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화된 소비의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은 무궁무진하다"며 "하물며 '마약 김밥' 정도의 표현도 자제하자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수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그릇된 가치관을 담은 광고 문구를 담은 것은 공동체에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분양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홈페이지는 접속자 초과로 마비 상태다. 취재진은 분양 관계자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한편 이 단지는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의 설계 사무소인 '마이어 파트너스'가 단지의 외관과 평면 설계를 맡았다. 시행사는 더랜드로, 3년 전 '쉐라톤 팔래스 강남'을 사들여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브릿지론 연장에 성공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wisdo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