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 우려 여전한데…유진투자증권 오히려 충당금 줄인 까닭은?


유진투자증권, 1분기 손실충당금 21억 원 감소
업계 "부동산 PF 부실화 관련 우려 여전"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전분기 대비 손실충당금이 21억 원 줄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금융업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1분기 업계 내 대손충당금 설정과 관련해 증권사마다 엇갈린 행보가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가 지난 1분기에 충당금을 늘렸지만 유진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규모가 감소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26곳 증권사들의 연결기준 1분기 신규 대손충당금 설정액은 2365억 원이다. 지난 분기 대비 9%가량 늘었다.

충당금은 익스포저(대출·보증부실)에 대비해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을 회계상 미리 비용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한 회사들은 △하이투자증권(309억 원) △다올투자증권(272억 원) △하나증권(214억 원) △메리츠증권(202억 원) △키움증권(177억 원)이다. NH투자증권, 대신증권, IBK투자증권도 100억 원대로 신규 설정했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등은 100억 원 미만 수준의 추가 충당금을 설정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손실충당금이 21억 원 줄었다. SK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11억 원, 10억 원씩 각각 감소했다.

충당금 감소 규모가 가장 컸던 유진투자증권은 지표상 리스크가 여전함에도 충당금을 늘리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가 큰 국내 증권사(지난해 3월 말 기준) 5위에 올랐다. 메리츠증권(125%), 현대차증권(110%), 다올투자증권(100%), 하이투자증권(94%) 다음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자산 비율 상위 10개사에도 올랐다. 고정 이하 자산 규모가 높을수록 총 자산 중 부실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진투자증권은 7.69%로 유화증권(29.14%), 디에스투자증권(11%), 코리아에셋투자증권(8.75%) 다음이었다. 유진투자증권 다음으로는 다올투자증권(7.52%), 하이투자증권(6.97%), 현대차증권(5.02%), 신한투자증권(4.88%)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다수 증권사가 충당금을 늘린 것은 PF 부실 우려가 커짐에 따라 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우발부채와 대출채권 등을 고려해 설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2년 만에 2배 급증했다. 2020년 6월 말 29조2000억 원에서 2022년 6월 말 49조4000억 원으로 늘었다. 비율로는 45.3%에서 62.3%로 증가다.

업계에선 대손충당금 축소와 관련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여전한 상태로, 세간에선 PF가 금융 뿐 아니라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DB

전문가들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대형사보다 부실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형사는 변제 후순위인 중·후순위 PF와 고금리 대출 브릿지론 등을 통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있어 금융업권 부동산 PF 부실화 관련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금리 상승, 분양가 하락, 공사비 인상 등 사업성 악화로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이 어려워짐에 따라 추후 관련 충당금 적립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감소폭이 크지 않기에 회계처리로 인한 자연스러운 감소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충당금을 늘리지 않은 이유로는 "통상 충당금은 실질적으로 이슈가 터질 징후가 있을 때 적립하는 것으로, 유진은 PF 관리를 꼼꼼하게 하는 편이기에 내부에서 위기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충당금 규모를 줄였던 신한투자증권은 "리스크 관련 이벤트가 소멸됐을 수 있고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지난 4분기 채권평가손실 대비 금리환경이 개선되는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충당금 감소가 반드시 안전한 상황인 것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충당금을 늘리지 않은 것이 PF관련 대비할 리스크가 적거나 안전하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대손상각비로 미리 손실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다수 증권사가 실질적인 대응 관점에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여전히 대손충당금 축소와 관련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여전한 상태로, 세간에선 PF가 금융 뿐 아니라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며 "익스포저가 큰 곳은 신용·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선 부실 위험을 과소평가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지 않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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