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전쟁' 뛰어든 한화 김동선, 차별화 없는 프리미엄 전략 통할까


한화갤러리아 "프리미엄 전략 지향"
"고급 와인 직수입, VIP 와인 구독서비스"

한화갤러리아는 1일 와인 자회사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전략본부장. /한화갤러리아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유통공룡 3사(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그룹)가 와인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전'(서로 이기려고 다투어 덤비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화갤러리아도 참전하면서 4파전으로 확전됐다. 정용진·신동빈·정의선 등 각 사의 수장들이 와인시장 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와중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어떤 묘수를 둘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프리미엄 와인을 내세워 고객을 사로잡겠다고 밝혔는데 일각에서는 경쟁사들이 다 하고 있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했다. 지난달 12일 분기보고서를 보면 비노갤러리아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출자'를 명목으로 주류 수출입·주류 도소매업·와인잔 수출입업 등의 사업 목적을 가진다고 밝혔다. 자본금은 5억 원으로 한화갤러리아가 지분 100%를 가진다. 이날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미국·유럽 등 주요 와인 산지에서 특색이 있는 고급 와인을 직수입해 VIP 와인 구독서비스 등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는 다른 유통기업들과 차별점으로 'VIP 대상 와인구독서비스'를 꼽았다. VIP 구독 고객들의 취향을 면밀히 파악해 상품을 소싱해오는 것이 다른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와인구독서비스만으로는 고객을 대거 흡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와인 자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 전문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가정용 일반 와인시장(스파클링·샴페인 제외) 규모는 2019년 8106억 원에서 2020년 1조 원을 돌파했다. 2025년에는 2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비노갤러리아 설립으로 자체 와인 매장 '비노494'와의 시너지 효과도 노려볼 수 있게 된 한화갤러리아가 신세계그룹 '와인클럽', 롯데그룹 '보틀벙커', 현대백화점그룹 '비노에이치' 등과 본격 와인전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한화갤러리아도 와인 자회사인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한 것 같다"며 "각 사별로 차별성을 둔 와인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도 비노494와 비노갤러리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비노갤러리아 설립의 1차적인 이유는 비노494와의 합작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다"며 "기존에는 면허가 없어 와인 직매입을 할 수 없었지만 비노갤러리아 설립으로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갤러리아는 협력업체를 통해 와인을 받아왔다. '주류수입면허'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류는 수입업자를 제한하기 때문에 면허가 필요한데 면허가 없었던 한화갤러리아는 와인 직매입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비노갤러리아가 주류수입면허를 취득함으로써 문제는 해결됐다.

한화갤러리아는 비노갤러리아 설립이 본격 와인사업 진출의 신호탄이라는 업계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동선 본부장의 신사업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김동선 본부장이 와인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신사업이 아니다"며 "주류를 수입하려면 자회사를 따로 둬야 하는데 이 차원에서 설립한 것이다"고 못 박았다. 다만 다른 유통기업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전략으로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와인을 직수입할 것이다"고 첨언했다.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그룹은 와인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더팩트 DB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와인은 이미 각 사들이 내세워 선보이고 있다"며 "특색 있는 와인이 아니라면 힘들 것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 3사가 예전부터 와인사업을 해오면서 구매결정력이 높아졌다"며 "고급 와인은 몇 병 만들지 않기 때문에 고급 와인만 직수입하기 어려울 것이며 결국 프리미엄 전략으로만 나선다면 선점하기는 힘들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한화갤러리아만의 프리미엄 전략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도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그룹 등이 앞서가는 가운데 한화갤러리아가 와인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분명히 다른 유통기업과 차별화된 것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고급 와인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그룹은 예전부터 와인시장에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먼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08년 주류 수입·유통 자회사인 '신세계L&B'를 설립했다. 또 지난해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3000억 원에 인수해 프리미엄 와인 경쟁력을 구축했다. 이달에는 스타필드 하남에 400평 규모의 대형 주류 매장 와인클럽을 만들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와인 사업에 나섰는데 45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장수 와인 브랜드 '마주앙'을 보유하고 있고 2016년에는 국내산 포도만을 선별한 뒤 오크통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든 '마주앙 시그니처 코리아 프리미엄'을 출시했다. 또 2021년에는 롯데마트 내 대형 와인 매장 보틀벙커를 선보였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보틀벙커가 입점한 3곳(제타플렉스 잠실점·창원중앙점·광주상무점)의 월평균 매출 신장률은 500%에 육박했다. 특히 신 회장은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국내외 와이너리 인수·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지선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 출자로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했다. 지난해 6월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이너리 10여 곳과 와인 100여종에 대한 수입 계약을 맺었다. 또 현대백화점을 내 와인 전문 매장 '와인웍스'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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