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대어급 위주로 기대감이 실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 체급이 낮은 기업들이 흥행을 이끌며 기업공개(IPO)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 위주로 나타나던 주관 실적도 중형사로 양분화되고 있는 가운데 작년 공모액 기준 최고를 기록했던 KB증권은 올해 한 건의 상장 주관 실적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 기업 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순위에 있는 대형 증권사들의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 주관 실적은 미래에셋증권 6건, 한국투자증권 4건, 삼성증권 3건, 신한투자증권 2건을 기록 중이다.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1건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공모 규모 순위로 보면 △삼성증권(1510억 원) △미래에셋증권(1260억 원) △한국투자증권(1080억 원) △한화투자증권(504억 원) 순의 성적을 나타냈다.
이런 와중 IPO 주관 전통강자 KB증권은 올해 주관 실적을 한 건도 기록하지 못한 채 체면을 구기고 있다. 올해 상장하기로 예정됐던 대어급 다수가 일정을 철회한 탓이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더욱 대비되는 결과다. 작년 8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했던 KB증권은 공모 총액 기준으로 15건의 상장 주관을 수행한 미래에셋증권(5530억 원)보다 높은 실적(13조4480억 원)을 기록했다. 동일하게 15건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5220억 원), 10건과 9건을 각각 기록한 NH투자증권(4400억 원), 대신증권(3400억 원) 대비로도 압도적인 규모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주관에 따른 영향이 컸다.
현재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들이 있지만, 승인을 거쳐 증시에 입성하는 시일을 고려하면 한 달가량 남은 상반기 중 KB증권의 상장 주관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 훈풍 등에 따라 다수 대어급들이 IPO를 앞두고 있어 KB증권이 하반기에 이 같은 성적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LG CNS, 두산로보틱스, LS머트리얼즈 등 조 단위 대어급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SGI서울보증보험은 내달 코스피시장에 대한 상장 예비심사청구를 진행하며 NICE평가정보도 이전상장을 위한 심사 청구에 나선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사들이 앞다퉈 상장 주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 자리를 선점했다. SK에코플랜트는 NH투자증권이 따냈다. 미래에셋증권은 에코머티리얼즈를 비롯해 서울보증보험, SSG닷컴, 엔카닷컴 등의 상장 주관을 맡은 상태다. KB증권은 LG CNS와 LS머트리얼즈 등의 주관 업무를 맡았다.
신영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등 중소형사들도 올해 1분기 상장 주관을 기반으로 기세를 높이고 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이 맡은 상장 주관은 연달아 흥행을 거두며 실적 규모 또한 키우는 추세다.
신영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반도체 설계업체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 공모청약과 수요예측에서 각각 1702대 1, 1030.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DB금융투자가 주관사로 나선 바이오인프라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1594.9대 1, 일반청약에서 1034.7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해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KB증권은 지난해 주식발행시장(ECM) 3·4부의 통합에 이어 올해 초 유승창 리서치센터장을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장으로 선임해 IPO 강화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실적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KB증권 관계자는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적인 면보다는 면밀한 기업실사(DD)를 통해 발행회사와 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IPO딜을 선별하고 있다"며 "3월부터 6개 기업에 대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또한 앞으로도 다수 기업에 대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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