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내부·지역사회 갈등 확산…공염불 된 최정우 '기업시민' 철학


취임 초부터 '기업시민' 정신 강조…내부 직원 사건·사고 지속
비상경영 속 '잇속 챙기기' 논란…지역 시민단체 퇴진 요구 확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 초부터 내세운 경영철학 기업시민이 직원 내부 사건 사고 확산과 더불어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 초부터 내세운 경영철학인 '기업시민'이 흔들리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 성폭행, 직원 투신, 지주사 임원의 직원 괴롭힘 등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기업시민 정신에 입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과 광양 등 지역 시민단체들이 최 회장의 경영활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최 회장을 비롯한 일부 경영진은 성과급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당시 경영이념으로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기업시민)을 내세웠다. 기업시민은 기업이 경제활동의 주체 역할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 소비자와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발전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어 사실상 ESG경영과 직결된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기업시민위원회'와 '기업시민실'을 만들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성장을 추구하는 '산학연협력실'과 '창업인큐베이팅 스쿨', 고객의 제안을 최고 경영층에 직접 전달하는 '마케팅 혁신위원회' 등을 출범시켰다. 또 기업 투명성 강화 측면에서는 사외이사가 주관하는 기업설명회, 전자투표제 등을 도입했고, 2020년 초에는 일반 국민의 기업시민 이해를 돕기 위한 별도 홈페이지도 열었다.

기업시민 활동을 통해 포스코그룹은 임직원 봉사활동 인당 연평균 16시간, 친환경 제품 623만톤 판매, 동반성장 성과공유제 성과보상금 6637억 원 달성, 1%나눔활동 수혜자 5만9213명을 달성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포스코그룹 내외부에서 다양한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며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임기 10개월 가량을 남겨두고 여러 논란과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내부 문제로 최근 포스코홀딩스에서는 지난 4월 27일 소속 임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해 내부적으로 대기발령과 인사이동 등의 조치를 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신고한 직원은 "신고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없었고 회사 측에서 한 달 가까이 뒤늦게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강남 포스코 사옥에서는 직원 투신 사고도 발생하는가 하면, 지난 3월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 간 칼부림이 일어나 목을 찔린 피해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포스코 포항제철소 20대 여직원이 동료 직원들로부터 지속해 성폭력을 당했다며 선임 4명에 대해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내부 기업 문화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최 회장과 일부 경영진은 스스로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도 나온다.지난 4월 7일 최 회장을 포함한 임원 26명은 주식으로 성과를 보상하는 '스톡그랜트'를 지급 받았다. 당시 '스톡그랜트'는 100억 원 규모로 지급됐는데,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자사주를 경영진이 나눠 가지는 것이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포스코그룹 원로인 황경로 2대 포스코 회장, 안병화 전 포스코 사장, 이상수 전 거양상사 회장, 여상환 전 포스코 부사장, 안덕주 전 포스코 업무이사, 박준민 전 포스코개발 사장 등 포스코 창업 원로들은 '포스코에는 경영리더십 혁신이 절실하다'라는 특별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원로들은 "최 회장이 책임 경영을 펼치지 않고 제 잇속을 챙기고 있다. 최근에 드러난 스톡그랜트 소식은 심한 엇박자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며 "1년을 더 지켜본 결과 최 회장은 포스코가 더 이상 국민기업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등 포항 시민들이 최정우 회장 퇴진과 더불어 포스코홀딩스와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 완전 이전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더불어 최 회장은 포항과 광양 지역 사회와의 마찰을 빚고 있다.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최근 집행위원장 회의를 열고 오는 15일 오후 3시 포항 포스코 본사 앞에서 포항시민 1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포스코 범대위 활동 포항시민 보고대회 및 최정우 퇴진을 위한 총궐기 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범대위는 포스코홀딩스가 소재지 주소를 포항 포스코 본사로 옮기고, 미래기술연구원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본원 개원식을 했지만, 인원과 조직이 없는 이름뿐인 '눈속임용 이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범대위는 포스코가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일부를 수도권에 남겨두는 것에 반발해 최정우 회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41만 명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실 등 관계부처에 전달하기도 했다.

광양에서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소속 직원이 지역 공무원을 대상으로 막말을 하면서 최 회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 A씨는 포스코 정비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게시된 것에 대해 인근 주민센터를 방문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동사무소를 폭파하겠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광양지역 시민단체인 광양참여연대가 성명을 내고 직원 막말 파문과 관련해 최 회장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이 출산 장려를 위해 직원 방문과 같은 'ESG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정작 내부 직원들의 성폭행, 괴롭힘과 같은 문제 해결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일부에선 기업시민 철학에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면서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다양한 문제들과 관련해) 최 회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역 사회와의 갈등에 있어 포스코홀딩스가 많이 양보하고 있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가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면서 "좋은 취지에서 지방이전 등을 추진했음에도 부정 이미지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홀딩스 측은 "해당 내용과 관련해 추가로 말할게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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