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실제 체결가는 떨어졌지만 매도 호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요. 전세는 잘 나가는데 매매가 뜸하네요."(만리동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서울역 도보권에 있는 주요 역세권 아파트들의 매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 부동산에선 서울·수도권과 세종시 등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공무원들의 꾸준한 수요가 시세를 떠받치고 있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도 호가가 유지 중인 반면 실제 매매 사례가 거의 없는 엇갈린 양상이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에 따르면 서울 중구 만리동2가 서울역센트럴자이 전용면적 84.97㎡(34평)은 지난 11일 15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이전 최고가(2021년 12월·18억3000만 원)보다 19.6% 떨어진 가격이다. 이 단지 전용 84㎡ 매매가는 올 1월(16억4500만 원), 2월 15억6000만 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변 부동산 확인 결과,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도 희망 가격은 15억~16억 원으로 수개월째 유지되고 있지만, 매물에 비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전세가격은 뚜렷한 오름세다. 이 아파트 전용 84㎡ 전세 체결가는 작년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6억 원 중반에서 7억 원에 형성됐지만 이달 7억 중후반대를 회복했다. 같은 단지 전용 59㎡와 72㎡도 비슷한 흐름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연초 센트럴자이에서 매매 2건 체결 이후 주변에서 실제 거래로 이어진 사례가 없지만 집주인들이 매도 희망가를 고집하고 있고 큰 폭의 네고(가격협상)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서울역센트럴자이와 함께 인근 아파트 3대장으로 불리는 서울역한라비발디센트럴과 LIG서울역리가에선 각각 2021년 5월, 2021년 1월 이후 매매 실거래 사례가 없었다. 두 단지의 현재 매도 희망가(84㎡ 기준)는 기존 최고가 보다 약 2억 원가량 빠진 14억 원 중반, 13억 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두 단지에서도 수년째 전세 거래는 매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또 전세 체결가는 지난 3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이처럼 일대에 전세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급할 게 없는 집주인들이 매매 희망 가격을 고수하게 되고 이는 매매 절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잘 갖춰진 철도·전철 교통 인프라에 GTX(수도권 광역급행 철도) A·C 노선 개통도 성큼 다가온 데다, 북부역세권 개발 호재 등도 있어 급매가 필요한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집주인들이 매도 희망가를 더 떨어뜨리진 않을 것이라는 게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서울 만리동 소재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은 물론 투자자들 사이에선 서울역 일대 북부역세권은 개발 호재가 많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면서 "현재 나온 매도 희망가보다 가격을 더 올릴 수는 있겠지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세 매물이 바로바로 빠지는 지역으로 집주인들이 급할 게 없다"면서 "최근에는 융자가 5억 원 가량 있는 전세 매물이 7억 원에 나왔지만 바로 체결된 사례마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 3월 서울역센트럴자이 단지에서 발생한 외벽 일부 붕괴 이슈는 시세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센트럴자이 인근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이슈가 있고 나서 집값을 내리겠다는 집주인은 전혀 없었고 붕괴 이튿날부터는 오히려 몇천만 원이라도 더 떨어진 급매물이 나왔는지 묻는 실수요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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