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최근 전세사기 이슈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인천에서 신규 입주와 분양 물량이 몰리고 있다. 다음달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가운데 전세가격 하방 압력과 역전세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3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달 인천광역시에 1만2330가구의 신축 아파트에서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는 2007년 8월 1만1207가구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전세매물을 늘리고 이는 전셋값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큰 폭으로 조정받고 있는 인천 지역 전세가격과 역전세난(전세보증금이 집값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인천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2억1715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점을 찍었던 지난 2021년 12월 2억9367만 원 대비 26%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 하락률이 19.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낙폭이다.
문제는 당시 전세가격 급등기에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들의 계약 만기가 하반기부터 도래한다는 점이다. 오는 9월 아파트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A(37)씨는 "인천 깡통전세 문제가 불거진 뒤 집주인에게 연락했더니 전세금을 내려서라도 재계약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며 "당장은 보증금을 모두 돌려줄 수 없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왔다"고 말했다.
집주인들도 속이 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인천에 아파트 두 채를 전세로 주고 있는 B(58)씨는 "기존 세입자 한 가구가 내년에 신축 아파트로 입주하는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미 전세금이 1억 원가량 내린 상태인데 인근 단지에서 입주까지 있어 대출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규모 입주가 임박한 단지 인근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이미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입주를 앞둔 대단지 인근의 아파트에서는 전세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입주의 여파로 빠져나간 세입자를 메꾸려면 전세가격을 한참 낮춰도 불안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내달 총 2958가구 입주가 시작되는 '힐스테이트푸르지오주안'이 들어서는 미추홀구 인근의 '인천SK스카이뷰'의 전용면적 59㎡는 지난 25일 2억7500만 원에 전세 계약됐다. 동일한 면적의 아파트의 지난해 1월 전세거래는 4억4000만 원에 이뤄졌다. 지난해 말까지는 3억 원대에서 전세가격이 형성됐으나 올해 들어 모든 신규거래가 2억 원대로 내렸다.
예정된 분양 물량도 상당하다. 내달 인천 지역 4개 단지에서 316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전국 공급물량 3만1000여 가구의 10%가량이 인천에 쏠린 것이다.
인천 분양시장은 이미 저조한 청약수요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분양한 청약단지 7곳 가운데 6곳이 순위 내 미달을 기록했다. 인천 서구에 들어선 '검단금강펜테리움3차센트럴파크(AA23)' 한 단지만 순위 내에서 물량을 소진했다. 같은 기간 인천 전체 분양 단지의 1순위 경쟁률은 0.86대 1에 그쳤다. 전국 청약 1순위 경쟁률은 평균 6대 1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전세사기 문제까지 겹치면서 인천에서 전세 매물을 찾는 이들도 줄고 있다. 인천 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사기 불안으로 임차인들은 월세를 끼더라도 보증금을 최대한 줄이거나 아예 월세를 찾기도 한다"며 "반대로 임대인들은 돌려줄 보증금이 없으니 최대한 전세금을 올려 받으려 하고 있어 계약 조율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21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동시에 올랐던 전세가격과 입주물량의 여파로 하반기 역전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인천에 총 4만2000가구가량이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이는 인구 대비 과도한 물량"이라며 "특히 2년 전 전세가격 급등기에 체결됐던 계약의 경우 재계약이나 신규 계약 체결 시 역전세나 일부 전세금을 반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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