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요즘 건설 경기가 심각합니다. 회사에선 경비 절감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어요."
대중에게 친숙한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건설사의 모 부장은 "건설업계는 지금 끝모를 침체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20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 그는 최근 분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고금리와 높은 원자재값, 레미콘 등 운송비용 상승, 대규모 입주 물량과 미분양 급증 등 건설사가 체감하는 악재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TV·인터넷·유튜브 등 홍보 채널에 투입되는 광고선전비를 대폭 줄이고 있다.
31일 <더팩트>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도급 순위(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 중 분기 광고선전비 집행 금액이 공개된 10개 업체(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계룡건설산업, 동부건설)를 분석한 결과, 건설사 10곳 중 8곳은 1년 전보다 광고선전비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지난 1분기 광고선전비 합계액은 전년 동기(291억 원)보다 44% 줄어든 163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신규 분양 물량 감소 등으로 홍보 비용을 대폭 줄인 결과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 GS건설은 광고선전비를 47억 원가량 줄였다. 이 회사의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1분기 88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1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포스코이앤씨도 지난해 1분기보다 약 30억 원 줄어든 36억 원을 광고비로 집행했다. 또 지난해 시공능력순위 19위 중견 건설사인 계룡건설산업은 지난 1분기 광고선전비로 3억 원을 썼다. 1년 전 14억 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82% 줄였다.
이밖에 현대엔지니어링(-25%)과 SK에코플랜트(-18%), HDC현대산업개발(-82%), 금호건설(-30%), 동부건설(-28%) 등도 광고선전비를 대폭 삭감했다.
반면 DL이앤씨(연결기준)와 롯데건설은 광고선전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DL이앤씨㈜는 올 1분기 광고선전비는 14억900만 원으로 지난해 동기(13억8900만 원)과 비슷했지만 연결기업인 DL건설㈜이 전년(-5500만 원)대비 급증한 4억7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DL건설 관계자는 "실적이 상승하면서 광고비 지출도 동시에 늘었고 특히 작년 1분기에는 비용 인식 과정에서 일시적인 환입 반영으로 지출이 마이너스로 잡히면서 올해 전년 동기 대비 상승 폭이 커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 1분기에는 자체 사업(시행·시공 총괄)과 관련된 홍보비 집행이 일부 늘었지만 이외에 특별히 광고선전비 지출 금액을 큰 폭으로 늘린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집계에선 삼성물산(건설부문)과 한화 건설부문 등 부문별 광고비 집행 내역 확인이 어렵거나 현대건설·태영건설 등 판매관리비 에 광고선전비가 포함된 경우, 호반건설·대방건설 등 비상장 기업으로 분기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 건설사는 제외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년말까지만 해도 기존 체결된 광고 계약 기간과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TV·인터넷 등 대중매체 광고비 투자가 이어졌지만 최근 건설 경기 침체의 골이 더해짐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분양 일정은 대폭 미뤄졌고 경영 기조도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광고선전비를 크게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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