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림 익산 공장에선 요리를 만든다…"이곳은 주방이랍니다"


하림산업 퍼스트키친 면적 총 12만3429㎡
퍼스트키친, 하림의 식품사업 출발점

하림산업이 생산하는 완제품은 제품의 개념이 아닌 하나의 요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하림산업은 이 곳을 공장이 아닌 주방으로 부르고 있다. /박지성 기자

[더팩트|박지성 기자] "이곳은 공장이 아닙니다. '퍼스트키친(First Kitchen)' 주방입니다."

하림산업이 추구하는 식품 사업의 방향성은 먹거리 제조가 아닌 '요리'다. 오늘날 가정집 주방은 완제품을 구매해 간단히 데워먹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완제품을 생산하는 이곳은 공장이 아니라 첫 번째 부엌 즉, 주방이라는 것이다. 하림산업의 임직원들은 하나의 요리를 만든다는 자세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더팩트> 취재진은 하림산업의 주방 퍼스트키친에 다녀왔다. 전라북도 익산시 함열읍에 위치한 하림산업 퍼스트키친은 총 12만3429㎡(약 3만6500평)의 부지를 자랑하고 있다. 대규모 부지 내에는 K1, K2, K3, 온라인 물류센터로 나눠져있다. 'K'는 Kitchen(키친)의 앞글자를 따온 것이다.

퍼스트키친은 지난 2020년 9월 완공됐으며 2021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하림산업의 식품 사업 출발점은 이 곳 퍼스트키친이다.

하림산업의 퍼스트키친 입구. /박지성 기자

먼저 K1은 하림산업의 식품 사업 심장으로 불린다. K1에서는 모든 식품에 필수 요소인 조미식품(육수류, 조미료, 소스·양념, 라면 액상스프)을 제조하고 있다. 이 제품을 활용해 HMR(가정용 간편식), 냉동식품(만두, 냉동밥, 튀김류, 패티류, 냉동간식) 등을 만든다. K1 내부는 각종 육수와 튀김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둘러보는동안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면서 허기진 배를 보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하림산업의 식품 사업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K1은 4만3116㎡(약 1만3042평)의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K2 3만3468㎡(약 1만124평), K3 2만2784㎡(6892평)와 비교하면 퍼스트키친 단지중 가장 큰 규모다.

특히 하림산업이 제조하는 조미료는 화학 조미료 MSG(글루탐산나트륨)가 아닌 자연 재료를 우려낸 천연 조미료다. MSG의 대표로 불리는 라면스프도 천연 조미료만을 활용해 생산하고 있다. 라면스프는 닭고기 육수와 버섯과 양파 등 각종 채소를 20시간 끓여낸 육수를 섞어 농축해 액상스프로 만들어진다.

하림산업의 더미식 라면 스프는 닭고기 육수와 버섯과 양파 등 각종 채소를 20시간 끓여낸 육수를 섞어 농축해 액상스프로 만들어진다. /박지성 기자

K2에서는 하림산업의 라면 브랜드 '더미식 장인라면', '더미식 유니자장면'과 각종 컵라면에 들어가는 면을 생산한다. 공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공장 직원들이 면 반죽을 직접 검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검수가 끝난 반죽은 라면 틀을 잡아주는 기계로 들어가는데 라면 틀이 잡혀 나오면 150도 기름에서 튀겨진다. 튀겨진 면은 하림산업만의 특별한 건조와 품질 검사를 통해 포장된다. 이날 K2에서는 튀긴 면인 유탕류 공정 과정만 볼 수 있었는데 해당 생산 라인 옆에는 건면 생산라인도 함께 있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K1에서 생산된 라면 액상스프와 K2에서 만들어진 면이 만나 ‘더미식 라면’이 만들어진다"며 "액상스프는 천연 조미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미식 라면'은 보다 건강한 라면"이라고 설명했다.

하림산업 퍼스트키친 K3에서 생산되는 더 미식밥. /박지성 기자

K3는 명절날 시골 부엌의 향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즉석밥 '더 미식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K3에서는 △백미밥 △귀리밥 △현미밥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림산업은 다른 회사의 즉석밥과 차별성을 뒀다고 강조했다. 하림산업 측은 다른 회사의 경우 산도 조절제나 보존료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더 미식밥에는 쌀, 물 외엔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는 다고 설명했다.

뜸 들이는 방식도 차별화했다. 일반적으로 즉석밥은 뜨거운 물에 뜸을 들이지만 더 미식밥은 100도 이상 뜨거운 물을 분사해 뜸을 들이고 있다. 물을 분사하면서 뜸을 들이는 이유는 밥알이 눌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뜨거운 물에 뜸을 들이면 식는 과정에서 포장지가 밥알을 누른다. 그러나 물을 분사한다면 용기 내부에 공기층이 유지돼 밥알이 눌리지 않고 고슬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하림산업 퍼스트키친 단지 내 온라인 물류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박지성 기자

하림산업은 제품 품질이 '요리' 그 이상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또 고객들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퍼스트키친 단지 내 온라인 물류센터도 공사 중이다.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각 공장과 컨베이너 벨트 브릿지(연결통로) 연결을 통해 생산 제품들이 바로 넘어오게 된다. 소비자들이 더미식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물류센터에서는 곧바로 주문받은 상품을 집으로 배송한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상품이 여러군데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향하기 때문에 더욱 신선한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산업 퍼스트키친에서 약 9km 떨어진 곳에는 하림의 주 사업인 닭 공장이 있다. 퍼스트키친과 함께 닭 공장도 방문했다. 이날 하림 닭 공장은 뽀얀 속살의 닭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취재진을 맞이했다. 하림 관계자는 "닭들이 날아다니는 것은 '에어칠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칠링이란 하림만의 특별한 기술이다. 에어칠링은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 41도인 닭고기 체온을 2도까지 낮추는 과정이다. 경쟁사가 얼음물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하림은 차가운 바람을 사용한 공기냉각 방식을 채택했다. 닭고기가 수분을 머금지 않고 냉각되기에 육즙이 빠지지 않아 풍미를 지킬 수 있다.

가스스터닝과 에어칠링의 과정을 거치고 나온 닭을 공장 관계자가 손질하고 있다. /박지성 기자

에어칠링 작업 전 닭을 기절시키는데 이 작업도 하림만의 기술로 진행된다. 보통 닭을 도계하는 공정에서는 사람이 직접 살아있는 닭을 기계에 걸어 전기충격을 가해 기절시키는데 하림은 가스스터닝 방식으로 기절시킨다. 전기충격은 닭에게 순간적인 스트레스를 주며, 모세혈관이 파열돼 피가 깨끗이 제거되지 않아 미생물 번식이 쉽고 닭고기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반면 가스스터닝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신선도 유지시킨다. 하림 관계자는 "가스스터닝은 닭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기절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라며 "이는 동물복지에도 인증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도계부터 에어칠링까지 끝난 닭은 포장 작업을 거쳐 소비자들의 밥상에 오른다. 가스스터닝은 이산화탄소를 분사해 닭들을 잠들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익산시에는 '하림로'가 있을 정도로 하림이 지역 경제활성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하림그룹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익산 지역에 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제공했다. 또 지역 농가와 계약을 맺어 신선한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본사와 지역민들과 함께 상생하는 것이 사업 철학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에 익산시는 하림에 보답하고자 익산역에서부터 하림지주 본사까지 1.9㎞에 이르는 거리를 '하림로'라고 지었다.

capta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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