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내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훈풍이 불었다. 삼성전자는 장중 7만 원까지 오르며 10개월 만에 7만전자에 올라섰고 SK하이닉스도 10만 원선을 회복했다. 다만, 10만 원대서 거래를 마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6만 원대로 장을 끝냈다.
25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44% 상승한 6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 중 한때 7만 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으나 7만 원선을 장 마감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5.94% 오른 10만35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가 종가 기준 10만 원을 넘긴 건 지난해 7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번 분기 매출액이 71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19% 증가한 것으로, 월가 추정치를 10% 이상 웃돈 수준이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50% 이상 웃도는 1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5%가량 뛰었다. 엔비디아가 뛰자 AMD와 마이크론 등 반도체 관련주도 시간 외 거래에서 강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반도체주를 쓸어 담았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766억 원, 266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은 1조4535억 원어치, SK하이닉스는 6919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삼성전자 매수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4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11조3641억 원)의 81%가 삼성전자(9조1983억 원)를 사들이는 데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통계를 집계한 1998년 이후 최대치다.
증권가에서는 AI 산업이 반도체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 상승은 반도체 주문이 늘었다는 것이고, 곧 기업들이 자본적지출(CAPEX)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CAPEX가 증가하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데, 이미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충분한 반도체 생산능력과 풍부한 현금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다운사이클 이후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부터 수급개선이 빨라지며 내년 반도체 상승 사이클 진입이 예상되고, 달러약세-원화강세 추세 전망으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