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올해 1분기 가계대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가계대출 금리가 오르자 상당한 이자 부담을 느낀 가계가 신용대출 등을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39조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조8000억 원(1.0%)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큰 감소 폭이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 말과 견줘도 10조3000억 원(0.6%) 줄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은 721조6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2조 원(5.5%)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역대 최대 감소폭(15조6000억 원‧2.1%)이다. 기타대출이 역대 최대로 줄어든 것은 2022년 7월부터 1억 원 초과 대출을 대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된 데다 연초 상여금 유입으로 대출금 상환이 이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은 1017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조2000억 원(2.5%) 증가했으나, 역대 최소 증가폭이다. 지난해 4분기와 견주면 5조3000억 원(0.5%)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이 감소했지만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취급 증가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을 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은 890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5조1000억 원(1.7%) 줄었다. 전분기 대비로는 12조1000억원(1.3%) 감소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경우 335조7000억 원으로 1년 전 대비 13조2000억원(3.8%), 전분기 대비 9조7000억원(2.8%) 감소했다.
신용카드 사용 등이 포함된 판매신용은 114조4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조7000억 원(7.2%) 늘어난 반면 전분기에 비해선 3조4000억 원(2.9%) 줄었다. 지난 2020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감소 전환이다.
판매신용이 전분기 대비 줄어든 것은 연말 소비 증가 등 계절요인이 사라지고 카드사들의 무이자 할부 혜택이 축소된 결과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이 전분기와 비교해 나란히 동반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1853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 원(0.5%) 줄었다. 통계 편제 이후 첫 감소세다. 전분기와 비교해선 13조7000억 원(0.7%)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