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중국 당국이 보안 문제를 이유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에 대한 제한적 구매 중단 조치를 시행했다. 앞서 미국이 기술패권을 둘러싸고 대중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에 대한 반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 역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는 최근 성명을 통해 "안보심사 결과 마이크론의 제품은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위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CAC는 "(마이크론의 보안 문제는) 중국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의 정보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CAC는 중국의 법률에 따라 주요 시설 운영자는 앞으로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3월 말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뒤를 잇는 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특히 마이크론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11%에 해당하는 4조 원 가량의 매출을 중국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중국 당국의 조치가 앞서 있었던 미국의 견제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를 포함한 36개 중국기업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최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의 '디리스킹(위험제거)'를 주제로 공동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G7 정상들은 "주요 광물, 반도체, 배터리 등 중요 물자에 대해 전 세계 파트너십을 통해 강인한 공급망을 강화해 나간다"는 공동성명이 발표했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중국측이 부족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은 중국이 (자국에서)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이 중국 내 시장 공백을 메우지 말 것을 한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을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눈치싸움'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의 마이크론 판매 금지 발표에 대해 확인 가능한 내용이 없다는 반응이나, 별다른 입장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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