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페이스북 등 SNS(소셜미디어)에서 여전히 정부 사칭 대출 광고가 성행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대부업체가 유튜브 광고로 정부 지원인 것처럼 속이는가 하면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과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을 교묘하게 사칭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에서는 불법대부광고를 게시한 업체를 단속하며 광고를 제한하려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30대 직장인 정소영 씨는 SNS에서 최근 정부를 사칭하는 대출 광고를 보게 됐다. 생계지원, 정부지원 등의 문구를 보고 정책금융상품으로 생각한 정 씨는 전화 상담까지 진행했다. 정 씨는 "대출이 필요한 시기였는데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한다고 하니 국가정책사업으로 알고 전화를 걸었다"며 "전화하자마자 아차 싶어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해당 사업이 있나 검색해 봤다. 해당 문자는 불법대출광고라는 게시글이 있어서 그걸 보고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도 당하겠다싶어 보이스피싱 신고하는 기관을 찾아 신고를 넣었다"고 말했다.
실제 SNS에서는 '특별 생계지원 저금리대출' '연 3.2% 정부지원 채무통합' '정부지원 저금리대출' '연 4% 비대면 대출 서비스' 등의 광고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해당 광고에는 태극 문양 로고나 청와대 이미지를 이용하고 '힘내라 대한민국' 등의 문구를 삽입하는 등 교묘하게 정부 지원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 링크를 클릭하면 정부 정책금융사업이 아닌 대부업체 또는 저축은행 대출을 권유하는 페이지가 나온다. 정부지원이라는 광고 문구와 달리 '지원금, 보조금이 아닌 대출서비스입니다'라는 안내 문구도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이 사용하는 명칭은 국가기관과 비슷하지만,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존재하지 않는 기관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령인 '정부기에 관한 공고'에 따르면 정부 로고는 국가행정기관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불법 대부업체는 태극마크나 공공기관 건물 이미지 등을 이용해 교묘하게 이를 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초 이 같은 불법 대출 광고들이 성행하자 불법대출광고 소비자피해 주의 경보 조치를 발령하기도 했다. 당시 해당 광고들과 홈페이지는 삭제·폐쇄 조치됐다.
금융당국은 해당 광고를 발견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요청해 광고를 삭제했으나 광고 게시자를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구글과 연동된 페이스북 등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수사하기 어려운 해외 주소나 해외 서버를 사용한다. 사칭 광고가 금융당국에 알려지면 홈페이지를 없애고 새 홈페이지를 만들어 다시 광고하는 방식이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5년간 접수된 불법금융 광고는 268만5906건으로 집계됐으며, 매해 늘어나고 있다. 이 중 불법대부 광고가 177만8832건으로 66%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대출 이용자가 늘어나는 점을 노려 대출 중개를 가장한 앱이나 웹 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불법대부 광고를 게시한 59개 대부업체가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대부금융협회와 공동으로 유튜브, 네이버, 다음, 페이스북 등 SNS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동영상 광고를 대상으로 대부광고 관련 법규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미등록 대부업자 31개 사와 등록 대부업자 28개 사를 적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액이나 급전이 필요할 경우 정책서민금융 상품 이용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고 대부업체를 이용해야 할 경우 금감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등록대부업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온·오프라인을 통한 대부업자 등의 대부광고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로부터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대부업 등록과 이용자 보호' 관련 시행령의 일부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불법 대부광고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이용중지하도록 요청하는 권한을 서민금융진흥원장에게도 부여하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법이 개정되면 금감원 신고 없이 서금원 자체지원센터에서도 불법광고 신고를 인지하는 즉시 차단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면서도 소비자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광고를 자세히 살펴보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사채 시장은 연 이자율이 100%에서 연 5000% 정도까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고금리인데 정부 기관을 사칭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반드시 그쪽(대부업체)에서 제공하는 전화번호가 아니라 정부 기관을 통한 대표 전화번호임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