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Biz] K팝주 '훨훨' 나는데 K콘텐츠주 '고전' 왜?


'닥터 차정숙' '김사부3' '나쁜엄마' 인기에도 제작사 주가 하락세
NEW·삼화네트웍스·콘텐트리중앙 등 1Q 실적 부진 여파도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2주 차 드라마 화제성 톱4(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닥터 차정숙 낭만닥터 김사부3 나쁜엄마 구미호뎐1938(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작사의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튜디오앤뉴, 삼화네트웍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스튜디오드래곤 제공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 등 K팝 시장을 이끄는 국내 가요기획사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화제지만, NEW·삼화네트웍스·콘텐트리중앙 등 인기 드라마를 만든 콘텐츠 제작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 대조적이다.

18일 콘텐츠 분석 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JTBC '닥터 차정숙', SBS '낭만닥터 김사부3'('김사부3'), tvN '구미호뎐1938', JTBC '나쁜엄마'가 5월 2주 차(5월8일~14일)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톱4'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닥터 차정숙'은 첫 회 시청률 4.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했다가 지난 14일 방송된 10회에서 18%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를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닥터 차정숙'을 만든 스튜디오앤뉴(NEW)의 주가는 드라마 인기에 비례하지 못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8일 NEW는 전 거래일 대비 0.3% 내린 674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닥터 차정숙'이 방영되기 전인 4월 14일 주가(6900원) 대비로도 2.31% 하락한 결과다. NEW는 스튜디오앤뉴의 지분 40.7%를 보유한 모기업이다.

화제성 2위 드라마 '김사부3'(6회 시청률 12%)를 제작한 삼화네트웍스도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18일 삼화네트웍스는 전날보다 0.19% 내린 2635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최근 5거래일 중 4거래일에서 하락 마감했다. 삼화네트웍스 역시 '김사부3'가 방영되기 전인 4월 27일 주가(3425원)보다 23% 하락을 겪었다. '구미호뎐1938'의 스튜디오드래곤, '나쁜엄마'의 콘텐트리중앙도 이날 파란불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대상(배우 박은빈)을 배출한 지난해 최고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방영 이후 20여 일간 100% 넘게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ENA 제공

인기 드라마를 제작한 국내 콘텐츠 관련 상장사들이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으나,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촉진제 역할은 해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최고 화제작으로 꼽힌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작한 상장사 에이스토리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2배 넘게 주가를 끌어올린 것과 사뭇 다르다.

증권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국내 콘텐츠 관련 주들이 개별 작품을 통해 주가를 띄우기 어려운 시황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해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엔터 4사(하이브 SM JYP YG) 등 가요기획사는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을 열지 못한 지난해 1분기가 저점이던 반면, 콘텐츠 제작사는 지난해가 고점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저효과라는 해석도 있다.

콘텐츠 업계 또한 제작 환경이나 올해 콘텐츠 시장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작비는 늘어나고 있지만 채널이나 OTT 등에서 경기 침체 등을 원인으로 소극적인 편성전략을 취해 제작 편수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제작된 K드라마는 최근 3년 기준 최대인 160편(한국콘텐츠진흥원 기준)이 넘었으나, 올해는 제작이 확정된 드라마(5월 기준)가 100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노를 젓고 싶은데 물이 안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이유다.

콘텐츠 제작사들의 부진한 1분기 실적도 콘텐츠 관련주들의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는 데 한몫하고 있다. 1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NEW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2.6% 내린 295억 원, 영업손실은 9% 확대된 9억 원을 기록했다. 삼화네트웍스도 같은 기간 영업손실 23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으며, 콘텐트리중앙 역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8% 내린 1871억 원, 영업손실은 지난해보다 확대된 302억 원을 기록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은 올해 1분기 대거 전년동기 대비 영업손실 확대를 기록했다. 작품 한 편의 흥행이 주가를 좌우할 만큼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회차를 거듭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끄는 드라마라도 '대박' 수준이 아니면 투자자들의 구미를 쉽게 당기기 어려운 시점이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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