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2011년 하이트진로 사장으로 취임 후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인규 사장이 12년 만에 기자들과 만났다. 지난달 4일 출시한 맥주 신제품 '켈리'를 통해 왕좌를 되찾아오기 위한 각오를 알리기 위해서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오비맥주 카스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빼앗긴 뒤 좀처럼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김 사장은 맥주 시장 1위라는 목표를 위해 직접 켈리 '홍보맨'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과 절박함이 묻어났다.
김 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테라와 켈리의 듀얼 브랜드 전략으로 맥주 시장점유율 업계 1위를 탈환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켈리는 하이트진로가 2019년 출시한 테라 이후 4년 만에 출시한 신제품이다. 덴마크에서 북대서양의 해풍을 맞으며 자란 프리미엄 맥아만을 100% 사용하고 두 번의 숙성 과정을 거친 것이 특징이다.
김 사장은 "맥주 비즈니스에서도 1등이 돼야 한다는 것이 자사의 목표이고 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켈리는 테라보다 빠른 판매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켈리는 아직 출시 효과를 다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여름 성수기에는 그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켈리 판매량은 테라를 뛰어넘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켈리의 판매량은 111만 상자를 넘어서 약 3162만병(330mL 기준)이 팔렸다. 국내 맥주 브랜드 가운데 최단기간 100만 상자를 돌파했던 테라보다 3일 빠르다. 김 사장은 "자사의 맥주 판매량은 켈리 출시 이후 이달 12일까지 643만 상자인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25%가량 더 팔렸다"며 "지난해 328만 상자가 팔린 테라는 올해 358만 상자, 켈리는 111만 상자가 팔려 많은 이들이 심려했던 '캐니벌라이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제품 판매를 잠식하는 현상)은 없었다. 소주 브랜드에 비춰서도 지금까지 순항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또 테라와 켈리의 듀얼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판매·영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소비자와 소통을 얼마나 충실히 하느냐가 판매량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켈리는 아직 출시 초기이지만 일정 지역에서 켈리를 전용으로 하는 팝업스토어가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시장과 소통한다면 듀얼 브랜드 전력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문화는 제조사가 만드는 것이 아닌 소비자와 시장이 만드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켈리와 테라의 캐니벌라이제이션 심려에 대해서는 "만약 켈리가 캐니벌라이제이션이 있고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묻는다면 또 다른 도전을 할 것이다"고 첨언했다.
◆"신성장동력 발굴 위한 스타트업 투자 지속할 것"
김 사장은 한국 소주의 명성을 글로벌 시장에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사장은 "K문화·K푸드 등 모든 부문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소주도 이런 흐름으로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다"며 "앞으로 더 사랑받기 위해 소주를 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공부·연구해 판매와 수출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주는 한국의 대표 주종이다. 영국·스코틀랜드에서는 위스키가 있고 일본에는 사케가, 중국에는 백주가 있다"며 "하이트진로는 현지인들 위주로 영업·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투자해 해외 판매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소주의 글로벌화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그는 "지난달 22일부터 약 8일간 홍콩과 싱가포르에 기업설명회를 다녀왔다. 자유롭게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둘러보며 한국 음식점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며 "특히 매장에 진열된 한국 술을 보고 주류 판매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느껴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각 나라마다 포도주와 데낄라 등 여러 가지 카테고리에 많은 주종들이 있는데 소주도 한 카테고리를 차지하는 주종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자사 수출 실적을 보면 2030억 원을 기록했는데 그 중에 85%가 소주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소주가 더 많은 판매와 수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비주류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서도 계속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자사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많이 갖는 이유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며 "경험치가 적지만 공부하는 자세로 배우고 있다. 스타트업 만큼은 공부하는 자세로 지속해서 투자하고 해당 기업들과 협업도 할 생각이다. 적정한 시점이 되면 스타트업 협업 성과를 밝힌 계획이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100년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김 사장은 "사람과 조직문화, 시장 데이터 등을 잘 이끌 수 있는 시스템이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전후로 경영 환경이 크게 달라졌고 앞으로 19년간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변화에 적극 대처하면 지속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