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 원 코로나19 금융지원 9월 종료…'잠재 부실' 드러나나


윤석열 대통령 "코로나 위기 경보 심각→경계 조정"…사실상 팬데믹 종식 선언
은행권 "연착륙 지원으로 혼란 적을 것"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끝나가는 가운데 은행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37조 규모의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오는 9월 끝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잠재 부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늘 중대본에서 코로나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며 "3년 4개월 만에 국민들께서 일상을 되찾으시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중보건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정부의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자문위원회도 코로나 심각 단계 해제를 권고했다"며 위기 경보 하향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끝나가는 가운데 은행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경제적 지원 차원에서 실시한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 끝나면서 '숨은 부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4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이 보유한 대출의 만기 연장과 유예 조치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해당 조치를 5차례 연장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오는 2025년 9월까지 3년 연장했다. 다만 상환 유예의 경우 연장 기간이 1년으로 정해져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이다.

올해 2월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현재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는 37조 원에 달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만기 연장·상환 유예된 대출 잔액은 약 37조6158억 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만기가 연장된 대출 잔액이 36조1845억 원으로, 전체의 약 96%를 차지했고, 1조4313억 원의 대출 상환을 유예해 줬다.

문제는 은행권 연체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8월(0.38%)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엔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적용된 대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적용받고 있는 대출자들이 지원이 끝난 후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연체율이 더욱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은행권은 9월 금융지원 종료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잠재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만큼 상황을 직시하고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원래 프로세스대로라면 대출 기간을 늘리고 싶은 시점을 기준으로 신용도나 상환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연장해 줘야 한다며 "그러나 계속되는 이자상환 유예 등으로 부실 차주를 솎아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원이 종료되더라도 분활 상환 등을 통해 연착륙을 지원할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충당금을 많이 쌓아두는 등 리스크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어 혼란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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