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에 부합한 결과를 보이자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등 성장주 중심의 상승을 예견하면서도 뚜렷한 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하기까지는 경계하는 태도를 보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
11일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상승 출발한 뒤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는 전일보다 0.36%(9.06포인트) 오른 2505.57에, 코스닥은 0.83%(6.86포인트) 상승한 836.60에 개장한 뒤 상승 중이다.
이는 간밤에 발표된 CPI 상승률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데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4월 CPI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9% 오르면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5.0%)를 밑돌았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며 10개월 연속 둔화세 흐름을 이어갔다. 전달 대비로는 0.4% 상승하며 예상치에 부합했다.
이 같은 결과에 미국 증시는 나스닥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마쳤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5%(18.47포인트) 오른 4137.64에, 나스닥지수는 1.04%(126.89포인트) 뛴 1만2306.44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0.09%(30.48포인트) 내린 3만3531.33에 종료했다. 금리 동결 기대감과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선 이번 CPI 결과가 향후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확인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6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무게가 실린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물가는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로, 예상했던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전망을 유지한다"며 "이에 따라 연준은 6월 FOMC부터 기준금리 동결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기술주 등 일부 테마를 중심으로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에서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며 나스닥의 상승 폭이 컸던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미국 물가 안정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 달러·원 환율이 크게 하락하는 등 원화 강세는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증시는 상승 출발 후 일부 테마 중심으로 종목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업종 테마 관점에서) 엔비디아 등 여타 AI 관련주들도 동반 강세를 연출했다는 점은 국내 AI 관련주 포함 전반적인 성장주들의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CPI가 4%대로 내려왔음에도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기대를 갖기엔 섣부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뚜렷한 물가 하방 압력도 부재했다는 분석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CPI가 예상치를 소폭 하회하긴 했지만, 이것이 금리를 그렇게까지 끌어내릴 만한 점이었는지는 의문"이라며 "고용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주택 외 서비스 인플레는 상당히 오랜 기간 공고할 가능성이 높으며 금리도 박스를 하향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임금과 관련된 서비스 물가 상승세는 여전하고, 5월까지는 근원 재화 물가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연준의 노력에도 여전히 물가가 제대로 통제되기 있지 않음을 방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물가 추이보다 경기 둔화 추세와 고용시장으로의 반영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강 연구원은 "지금부터는 물가 자체보다는 '경기가 얼마나, 언제 둔화될지', '그래서 고용 시장이 언제부터 유의미한 영향을 받을지'에 더욱 주안점을 두고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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