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로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IT업종과 자동차, 조선 등은 러시아 현지에서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반면,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한 초코파이와 라면을 판매하는 식품 업종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낮다는 분석이다.
2일 IT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러시아 법인 통합 국가 등록부에 'KT 프리모리예 IDC' 법인 청산을 신고했다. 청산 기간은 2024년 4월 3일까지이다.
KT는 지난해 5월 12일 러시아 연해주에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위해 KT 프리모리예 IDC를 만들었다.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러시아 진출을 적극 추진했었다.
당시 KT는 연해주 주 정부와 극동개발공사 등과 협력해 IDC 구축을 적극 추진했지만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가장 적극 러시아 사업을 밀던 구현모 전 대표의 임기가 끝나며 11개월 만에 청산을 결정하게 됐다.
현대자동차도 러시아 공장을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가 지속해 나오고 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2021년 기준 연간 21만 대를 생산할 정도로 큰 규모로 구축돼 있지만, 전쟁이 일어난 지난해 3월부터 현지 생산을 전면 중단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러시아 현지 업체에 맡긴 위탁 생산도 중단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공장을 매각한 뒤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 협력업체는 현지에 남겨 생산을 위한 부품 조달을 유지한다는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내부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그룹 측은 "러시아 공장과 관련해 다양한 처리 방안을 두고 검토를 진행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에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잡은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 업체의 경우 전쟁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의 경우 러시아 법인 매출이 전년보다 79.4% 증가한 2098억 원을 기록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현지에서 국민 간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팔도 역시 또 다른 러시아 국민 식품인 컵라면 '도시락'의 판매 증가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도시락은 현지 용기면 시장에서 점유율을 60% 차지하고 있으며, 도시락 컵라면의 매출은 전년보다 2.9%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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