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주년' LX그룹, 외형·내실 다 챙겼다…'구형모 승계' 작업도 속도


5월 3일 자로 창립 2주년…별도 행사 없이 조용히
3년 차 맞아 새로운 도약 다짐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이 5월 3일 자로 출범 2주년을 맞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이 LG그룹에서 독립해 새로운 시작을 알린 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인수합병(M&A)·수익성 제고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를 재정비하며 지속 성장을 위한 토대를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 작업 역시 무난히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은 5월 3일 자로 창립 2주년을 맞는다. 회사는 지난 2021년 5월 1일을 분할 기일로 LG그룹에서 독립했고, 같은 달 3일 새 이름을 달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올해 역시 별도 창립 기념 행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LX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이 차분하게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준 회장이 LG그룹에서 독립한 건 선대회장(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 경영권 분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장남(구광모 회장)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는 동시에 경영에 참여해 왔던 선대회장 형제(구본준 회장)들이 계열 분리 또는 창업을 통해 독립한다는 LG가(家) 전통에 따른 것이다. 지주사인 LX홀딩스를 주축으로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등 4개사를 자회사, LX판토스를 손자회사로 편입해 출발했다. 기업 분리 절차는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친족 분리를 인정하면서 완전히 마무리된 상태다.

LX그룹은 지난 2년 동안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LX인터내셔널이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04억 원에 인수하고,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 지분(63.3%)을 인수하는 등 굵직한 M&A를 추진했다. 또 SKC, 대상과 생분해 플라스틱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거나 부산 친환경 물류센터 개발·운영 사업 등에 참여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이 밖에 LX판토스가 북미 지역 물류 회사 트래픽스에 311억 원의 지분 투자를 추진했고, LX세미콘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설계 회사인 텔레칩스 지분 10.9%를 취득하기도 했다.

LX그룹의 자산 총액은 지난해 기준 11조2734억 원으로, 기업집단 내 순위는 44위다. /이성락 기자

수익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LX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열 분리 이전인 2020년과 비교해 각각 57.7%, 234.3% 증가한 25조2732억 원, 1조3457억 원으로 집계됐다. 계열 분리 이전 8조930억 원 규모에 머물던 그룹의 자산 총액은 11조2734억 원으로, 3조 원 이상 늘어났다. 이를 통해 LX그룹은 재계 서열 44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공정위는 최근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LX그룹을 5월 1일 자로 자산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재계는 구본준 회장이 외형 성장과 함께 경영 내실을 다지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룹 출범과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경영을 펼쳐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구본준 회장은 2021년 7월 첫 사장단 회의에서 'ESG 경영'을 주제로 제시하며 ESG가 LX그룹의 경영 방향과 전략 수립에 있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확고한 ESG 경영을 토대로 임직원 모두가 하나된 인식을 갖고, 미래 준비를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구본준 회장의 의지 아래 LX홀딩스를 포함한 상장 계열사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등 3개사는 지난해 'ESG 위원회'를 발족했다. LX세미콘과 LX판토스는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차원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중이다. 비상장사인 LX판토스의 경우 발간 의무가 없지만, 통합 관리한 비재무적 성과를 외부로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취지로 매년 해당 보고서를 펴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LX그룹은 신입·경력 사원 교육 과정을 기획, 자체 운영하는 등 인재 육성 시스템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520명의 신입 사원이 교육을 수료했으며, 최근에는 경력 입사자 약 77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등 소통을 통한 유연한 조직문화 확립에도 적극 나서는 중이다. LX그룹 관계자는 "노진서 LX홀딩스 대표는 매 차수 교육마다 현장을 찾아 그룹 비전을 설명하고,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 시간을 갖고 있다"며 "주요 계열사 CEO들도 LX 고유의 일하는 방식, 가치와 관련해 구성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최적의 사업 전략을 실행하는 등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LX그룹 내 경영개발원 역할을 수행하는 LX MDI를 출범시킨 것이다. LX MDI는 계열사 대상 컨설팅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사업 리스크를 예방·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룹의 싱크탱크로 마켓 인텔리전스 역량을 갖추고 있어 그룹 미래 준비를 적극 주도해 나갈 예정이다. LX MDI는 차기 후계자로 유력한 구형모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나아가 LX그룹의 승계 작업도 무난히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X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시동이 걸린 건 그룹 출범 7개월 후로, 당시 구본준 회장은 구형모 부사장(당시 상무)에게 LX홀딩스 주식을 850만주 증여했다. 이에 구형모 부사장은 LX홀딩스 지분율이 11.75%로 급등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증여 이전까지 구형모 부사장의 지분율은 0.60%에 불과했다. 추가 매입을 통한 구형모 부사장의 현재 LX홀딩스 지분율은 11.92%다.

지난 2년 동안 구형모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는 더 단단해졌다. 그룹의 성장 전략과 기획 관리를 총괄하면서 신사업 발굴, M&A 추진 등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했고, 내부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기존 업무를 강화한 조직인 LX MDI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르며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 구형모 부사장은 상무로 입사한 뒤 10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했고, 다시 9개월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LX MDI 대표이사에 오른 건 그룹 내 경영 승계 작업이 사실상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1987년생인 구형모 부사장이 아직 젊지만, 72세인 구본준 회장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추후 승계 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LX그룹은 지난 2년 동안 주요 사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판단, 앞으로는 더 도전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구본준 회장이 제시한 출범 3년 차 경영 키워드는 '새로운 도약'이다. 구본준 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로의 연결'을 위해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지속하겠다"며 "사회가 기대하는 기업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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