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권한일 기자] 건설사들이 친환경·윤리경영 이미지 구축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건설 현장으로 고착화된 딱딱한 이미지를 넘어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본질을 투영함으로써 유연한 회사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영역 확장을 대내외에 알림과 동시에 '탈건'(건설업계를 탈출하다)을 외치는 MZ세대 직원 유출을 막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이번 달 이크레더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종합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다. 이크레더블은 ESG를 비롯해 기업신용·기술 등을 다루는 평가기관이다.
반도건설이 받은 3등급은 상위 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는 전반적인 폐기물관리 체계 확립과 코어PC(사전제작 콘크리트) 등 친환경 기술개발, 협력사와의 상생, 현장 안전 관리 노력 등이 뒷받침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부건설도 최근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사업 부문에 무게 중심을 싣고 경영방침을 개정하는 등 ESG 경영체계 확립과 대고객 신뢰도 향상에 나선다고 밝혔다.
두 기업 외에도 태영건설과 아이에스동서 등도 자체적으로 ESG위원회 등 전담 조직을 결성·강화하는가 하면 생산하는 콘크리트 제품군들에 '환경성적표지(EPD)' 인증마크를 달아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도급순위 20~30위권 중견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ESG경영을 화두로 던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건설'로 고착화된 대내외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환경·안전은 물론 윤리경영 등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건설사 현장 과장은 <더팩트>에 "토목·건축을 전공하고 대형건설사에 입사한 자부심이 크지만 주변에선 흙먼지 나는 현장 일을 한다는 시선도 존재하고 습관처럼 '탈건'을 외치는 MZ직원도 많다"면서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는 물론 회사 내부적으로는 인력 유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급여 인상 등 직접적인 방안과 함께 사내 문화 개선과 지속가능한 경영 등을 복합적으로 고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미 ESG경영을 통해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아예 사명(社名)을 바꾸는가 하면 참여형 이벤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포스코이앤씨(POSCO E&C)'로 새 간판을 내걸었다. 이앤씨(E&C)는 에코 앤 챌린지(Eco & Challenge)로 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와 도전을 상징하는 챌린지(Challenge)가 결합됐다.
앞서 2021년에는 DL이앤씨(前대림산업)와 SK에코플랜트(前SK건설)도 회사명을 변경한 데 이어 HL디앤아이한라(前한라건설)도 지난해 9월 사명을 변경한 뒤 친환경·에너지 분야를 포괄하는 기업 이미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인스타그램 이벤트와 직원·가족 참여형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를 위한 소소하지만 확실한행동(소·확·행)'을 주제로 래미안 아파트 소등·하루 3끼 채식 인증,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이벤트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8일 임직원과 가족들이 참여하는 생태숲 가꾸기 봉사활동을 서울 노을공원에서 펼쳤다. 회사 측은 올해 4번의 행사를 통해 총 560그루의 나무를 식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환경보호와 인식 개선은 물론 사회 공헌과 기업 이미지 제고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kw@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