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기업결합에 대해 승인 결정을 내렸다. 한화를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키우겠다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빅픽처가 더욱더 뚜렷해진 것이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최대 방산업체로 F-35 스텔스 전투기부터 이지스 전투체계,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 재블린 대 전차 미사일, 각종 레이더 등 미군이 사용하는 주요 무기를 만든다.
공정위는 27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의 제약이 있지만, 수용한다"며 "공정위가 제시한 함정 부품 일부에 대한 가격, 정보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 내용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회사는 다음 달 중 2조 원을 투입해 유상증자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한다. 대우조선은 다음 달 중 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진과 사명 변경 등 주주총회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새 사명은 한화오션과 한화조선해양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한화오션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사업 재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된다. 그룹은 지난해부터 핵심 계열사의 사업 구조 재편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 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날 대우조선을 품으면서 구조적 측면에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선 셈이다. 대우조선은 상선은 물론 군함, 잠수함 등 군용 특수선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성장,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계기로 기존 우주, 지상 방산에 더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의 모태는 1952년 설립된 한국화약이다. 방산 사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의 도약'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숙원으로 거론돼왔다. 이를 현실화하는 작업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자, 차기 총수로 유력한 김동관 부회장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태양광 사업을 이끈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큐셀이 미국·유럽 등 주요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지금도 한화솔루션에서 태양광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이사로서 방산 사업까지 책임지게 됐다. 이와 함께 김동관 부회장은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으며 한화그룹의 우주 사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의 주력,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김동관 부회장의 승진 소식을 알리며 "김동관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경영 구상을 구현해 나가는 역할을 맡는다"면서 "주요 주주로서 책임 경영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대우조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후 방산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극대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의 사업적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 에너지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한층 넓어진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통해 수출 판로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로 인해 그룹의 외형이 커지며 차기 총수로서 김동관 부회장의 존재감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한화는 재계 7위(자산 83조280억 원)로 대우조선(자산 12조3400억 원)의 자산 가치를 더하면 8위 GS(81조8360억 원)간 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대우조선의 수익성·재무구조 개선이 꼽힌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643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542.4%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경영 실적이 악화돼 있는 대우조선은 인력 유출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이번 조건부 승인이라는 당국의 결정을 수용한 것도 대우조선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기간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대승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