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피해자 기존 집 매입 지원…"여야 신속 합의 필요"


피해자에 3%대 금리…대출·세제 지원
LH가 매입, 임대주택 공급 방안도

26일 오전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기존에 살고있던 집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낙찰받는 임차인에게는 3%대 대출 금리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4억 원 한도 내에서 낙찰가의 100%까지 허용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적용에서 제외하는 등 대출규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해준다.

주택 낙찰을 희망하지 않는 임차인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생계가 곤란한 피해자의 경우 긴급 자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조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이같은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빠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여야의 신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금융위원회 등 합동부처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관계부처 합동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안은 내달 안에 시행되며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의 전세사기 지원 대상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매·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면적과 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을 충족하는 세입자다. 임차인이 피해자 인정 신청을 하면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이들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 최종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우선 정부는 피해자가 경매나 공매를 통해 거주중인 주택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직접 경매 유예‧정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주택을 낙찰받으려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소득 관계없이 0.4%포인트 금리를 우대받을 수 있다. 4월 기준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05~4.35% 수준으로, 피해자들은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연 3.65~3.95%의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분할상환도 가능하며, 원금 30%까지 만기 일시상환도 가능하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대출규제도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대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LTV를 4억 원 한도 내에서 낙찰가의 100%까지 적용한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비규제 지역에서 기존 70%에서 80%까지 푼다. 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적용하지 않는다.

각종 세제 지원도 마련했다. 기존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취득세를 200만 원까지 면제하고 3년간 재산세를 감면(전용60㎡이하 50%, 60㎡초과 25%)하는 등 세제 지원도 동원한다.

기존 주택에서 계속 거주를 희망하지만 낙찰받지 않으려는 피해자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을 매입한 후 공공임대로 제공한다. /금융위원회

기존 주택에서 계속 거주를 희망하지만 낙찰받지 않으려는 피해자의 경우 LH가 임차인으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주택을 매입한 후 공공임대로 제공한다.

이 방안에는 LH가 추진하고 있는 올해 매입임대 사업 3만5000가구에 대한 6조1000억 원의 재원을 활용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소득과 자산요건 고려 없이 매입임대 입주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임대료(시세 대비 30~50%)와 거주기간(최대 20년) 등은 현행 매입임대 공급조건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난·재해 등 위기상황 발생 시 지원하는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피해자 가구에도 적용해 생계비 등을 지원한다. 1인가구 기준 기존 복지요건 △소득 월 156만 원 △재산 3억1000만 원대 △금융재산 600만 원 이하 등을 충족하면 생계비 월 62만 원, 의료비 300만 원 이내, 주거비월 40만 원 이내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한부모·조손 가정 등에 지원하는 3% 금리의 신용대출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지원한다. 최대 1200만 원 한도로 미소금융 '취약계층 자립자금 대출'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지원 방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같은 방안을 담은 특별법이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나왔던 정부대책이 재발방지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으나 이번 발표 내용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당장의 주거안정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며 "특별법의 지원 대상 충족 요건으로 전세사기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특정하고 이들에게 긴급 주거 지원을 제공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특별법 제정 방안까지 나온 것은 정부가 이번 전세사기 사태의 중대성을 인지했다는 것"이라며 "이번 방안으로 상당수 피해자의 고충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빠르게 특별법을 통과해 피해자가 구제·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추후 사각지대 등 보완점이 발견되면 보완해 나가는 방향이 우선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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