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 부문이 올해 1분기 전 세계를 강타한 메모리 반도체 한파에 4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적자를 낸 것은 14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최악의 상황에도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며 업황 개선 시점을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7일 DS부문이 올해 1분기 매출 13조7300억 원, 영업손실 4조58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반토막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삼성전자는 "DS부문은 수요 감소 영향을 크게 받으며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전망실적 발표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시장 재고 조정을 위한 감산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는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D램의 경우, 서버 등 제품에서 고객사 재고가 높았고, 낸드플래시는 서버와 스토리지의 수요가 약세를 보였다. 다만, 낸드플래시는 고용량 제품 수요에 대응해 비트 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TV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 부진에 따라 △시스템 온 칩(SoC) △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주요 제품의 수요가 급감해 실적이 하락했다.
파운드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됐고, 고객사 재고 증가로 주문이 감소해 실적이 하락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2분기까지 수요 약세 현상이 이어진 뒤, 하반기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의 IT 수요 증가에 맞춰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 고사양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시장 불확실성을 극복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D램 제품군에서 서버용 신규 CPU 출시와 AI 수요 확대에 따른 DDR5와 고용량 모듈 수요, 하이엔드 모바일용 LPDDR5x 수요에 적기 대응할 예정이다. 낸드플래시는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응용처의 고용량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모바일 QLC 시장 창출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스템LSI는 전반적인 수요 침체 기조지만 센서와 패널용 DDI 등은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 수요에 대응하고, 모바일 SoC의 경우 AMD와의 그래픽 설계자산(IP) 분야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사 재고 상황 개선에 맞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2나노 설계 기초 인프라는 개발 순항 중이며, 고용량 메모리 집적 기술인 8단 HBM3 2.5D 패키지 기술 개발을 완료해 향후 생성형 AI용 제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업황 개선이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수익성 개선과 기술 리더십 수성에 집중할 예정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레거시 공정 제품 위주로 생산을 하향 조정하는 한편, 첨단공정과 고부가제품에 대한 비중을 늘려 시장에 대응할 예정이다. D램은 DDR5·LPDDR5x의 첨단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낸드플래시는 V7과 V8 등 첨단공정 비중 확대로 운영을 강화할 예정이다.
시스템LSI는 경쟁력을 강화해 플래그십 모바일용 SoC 시장을 재공략하고 보안을 한층 강화한 생체인증카드용 지문인증IC 등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 파운드리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을 근간으로 하는 3나노 2세대 공정을 안정적으로 개발한다. 이를 통해 신규 고객 수주를 확대하고, 차세대 기술인 2나노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와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분기 삼성전자는 전사적으로 10조7000억 원을 시설투자 비용으로 집행했다. 이 중 반도체 관련 투자만 9조8000억 원에 달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한 평택 3기 마감,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4기 인프라 투자 등이 집행됐다. 또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비용과 후공정 투자도 지속했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와 평택 공장 중심으로 비용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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