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한양증권이 전직 임원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가운데 고객들의 불만이 거센 형국이다. 해당 임원은 지난해 자산운용사를 간접적으로 인수하는 등 차명투자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를 묵인하던 한양증권은 뒤늦게 고소에 나서며 여론의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14일 한양증권은 21억5000만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 해당 임원에 대한 고소를 진행했다고 공시했다. 21억5000만 원은 한양증권의 자기 자본 대비(4594 억원) 0.4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양증권 측은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쳐 고소를 진행했다"며 "본건과 관련한 제반 과정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피고소인은 전 한양증권 상무대우인 민모 씨다. 민 씨는 한양증권에서 지난해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담당한 핵심 임원이다. 82년생 최연소 임원으로 업계에서는 주목도가 높았다. 지난해 민 씨는 28억3900만 원의 연봉을 챙기며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의 임금(7억4000만 원)을 압도하기도 했다. 민 씨는 전년인 2021년에도 27억2700만 원을 수령했다.
민 씨는 아내 명의 차명회사를 통해 아너스자산운용을 인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 임·직원의 차명투자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한양증권은 이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엔 차명 투자가 아니라며 민 씨를 감쌌다가 금융감독원 고발 후 입장을 바꿔 고소장을 제출했다.
자기자본 5000억 원의 성과를 눈앞에 둔 시점, 전직 임원의 배임 혐의로 흠결이 생기자 한양증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이사는 '품격 경영'을 예고했다. 임 대표이사가 'Dynamic 한양, 달리는 한양' 슬로건을 공개하며 "2023년 한양증권 슬로건의 의미처럼 승리의 길을 향해 자본시장을 힘껏 달려나가자"는 포부를 전한 게 무색해졌다.
더욱이 시장에서 한양증권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은 눈치다. 특히 고객들의 아우성이 크다. 해당 공시가 알려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정확한 건 수사를 진행해봐야 안다지만 한양증권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무슨 느낌이 들겠는가. 돈을 업으로 삼는 곳에서 돈으로 장난질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등의 일갈이 넘쳐났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양증권의 경우 매입보증을 통한 후순위 PF딜이 많다는 점에서 PF발 위험에 취약하다는 평가도 불거진다. 매입보장이란 장기채권을 유동화 해 단기채를 차환 발행하고, 매입 보장 기관에서 차환되지 않을 시 발행 대금을 납입하는 약정을 말한다.
매입보장약정이 늘어나게 되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PF발 위험에 취약해질 수 있다. 증권사가 참여한 딜에서 부도가 날 경우 매입보증을 한 증권사가 직접 자체 돈으로 그 손해를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주가에 대한 아쉬움도 여전하다. 26일 기준 한양증권은 전 거래일(8850원) 대비 0.56%(50원) 내린 8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1년 9월 3일 2만 원을 호가했던 것과 견주면 절반 이상 토막이 났다.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