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내홍 '점입가경'…"정몽규 입김에 임금협상 난항" 총파업 가능성↑


임금 문제 결국 중노위行, 최종 결렬시 총파업 '대립각'
노조 "두 자릿수"···사측 "2%" 팽팽
정몽규 회장, ㈜HDC서 50억 배당

HDC현대산업개발 노사가 임금 인상안을 놓고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실제 결정권자로 여겨지는 정몽규 HDC그룹회장(작은사진)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DB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 노사가 임금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잇달아 발생한 두 건의 대형 붕괴 사고 관련 수습에 노사가 역량을 집중했지만 정작 내부 결속 다지기에는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6개월 가량 지속된 임금 교섭이 노사 간 입장차만 확인한 채 최종 결렬된 가운데 다음달 있을 중앙노동위의 최종 조정마저 불발될 경우 노조원 총파업 등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 회사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체결과 관련해 지난 19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노사간 분쟁을 조정·판정하는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고용노동부 산하 행정기관이다.

HDC현산 노조 집행부는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최종 3차 조정 기일까지 조정이 안되면 900여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파업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만일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전국 주택·토목 공사 현장은 물론 플랜트·해외현장 등에서 공기(공사기일) 지연 등 직간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서장석 HDC현산 노조위원장은 <더팩트>에 "내달 11일까지 사측의 전향적인 합의안 제시가 없으면 총파업 관련 조합원 투표가 진행될 것"이라며 "현재 분위기로 미뤄볼 때 노조원 과반 이상이 총파업에 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팽팽한 대립과 사측의 주주 우선 움직임으로 촉발된 불신, 사기저하 문제 등 회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HDC현산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실적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총 400억 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유지했고 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도 강행하는 등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친 점과 달리, 직원 급여 문제 등 회사 내부 사안에는 소홀하다고 주장한다.

HDC현대산업개발 노조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본사 앞에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HDC현산 노조

실제로 이 회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년 만에 57%, 71% 급감했고 영업현금흐름 적자는 1조7300억 원으로 불었다. 반면 회사는 지난달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보통주 1주당 600원(총 395억 원)에 전년과 동일한 현금배당과 자사주 191만2045주 취득을 공시했다.

이번 배당금을 소유 주식수로 환산하면 이 회사 지분의 41.52%(2736만6352주)를 가진 지주사 ㈜HDC에 총 164억1981만 원이 지급됐고 이 회사 매출로 잡혔다. 또 ㈜HDC지분의 33.68%를 가진 정몽규 그룹회장은 HDC 주총 결의를 통해 총 50억3000만 원(주당 250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회사는) 주주들을 위해 수백억 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직원 급여는 뒷전"이라며 "전직원 급여를 약 10%씩 일괄 인상해도 120억 원 수준에 그치는 데 그걸 틀어막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HDC현산은) 비슷한 규모의 대형건설사들에 비해 인력이 적고 급여도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작년 광주 붕괴 사고 후 직원들이 줄퇴사하자 당시 결성된 비상안전위원회 등에서 임원들이 비공식적으로 내년(올해) 두 자릿수 급여 인상을 약속한 터라 내부 반발이 더욱 크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전자공시를 보면 HDC현산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전년보다 8.2% 줄어든 6700만 원이다. 이는 최근 2년간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급여 수준이다. 지난해 10대 건설사 평균 급여는 9650만 원이었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지난해 HDC현산을 퇴사한 직원 상당수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등 급여 수준이 높은 상위 업체로 이동한 사례가 많아 '사관학교 졸업 후 퇴사', '회사에 남았더니 허탈감' 등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회사 일각에선 최익훈 대표이사를 비롯한 회사 경영진은 노측이 제시한 두 자릿수 임금 인상 요구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그룹 총수이자 사실상 최종 결정권을 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반대하고 있다는 소문도 만연하다고 주장한다.

노조원 A 씨는 <더팩트>에 "직원들 사이에 작년 광주 사고 이후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약속한 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해선 안된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실권자인 정 회장은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임금을 대폭 인상해주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HDC현산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에 관한 언급은 노코멘트"라면서도 "경기 위축 등 시장 상황이 어렵지만 최익훈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측은 노조와 시간을 갖고 임금 조정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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