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이성락 기자]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의 첫 재판이 21일 열렸다. 법원 정문에서는 반복되는 오너 리스크와 관련해 조현범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가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출석 의무가 없음에도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조현범 회장은 40여 분간 기소 내용을 경청하고 변호인단과 적극 대화를 나눴다. 조현범 회장 측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이날 법원 정문에서는 1인 시위가 벌어졌다. 박기성 한국타이어지회 대의원이 조현범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첫 재판 일정에 맞춰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오너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회사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현범 회장의 구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11월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 받아 수억 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이후 조현범 회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박기성 대의원은 "회사를 망치고 있는 조현범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오너의 범죄 행위를 막지 못한 이수일 대표 등 현 경영진도 함께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타이어지회 측은 회사가 대형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대전2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환 배치, 희망 퇴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절차상 문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 직원 823명 중 546명을 국내외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으며, 남은 인력 가운데 올해 정년 퇴직하는 58명을 제외한 219명에 대해 희망 퇴직 신청을 받기로 결정했다. 현재 대전2공장 직원들은 기본급 70%를 받으며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김용성 한국타이어지회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환 배치, 희망 퇴직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며 "특히 희망 퇴직의 경우 회사가 직원에게 문자로 1대 1 면담을 요청하면서, 면담에 참석하지 않으면 '거부'로 받아들이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 측과 1대 1로 마주한 직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재로 인해 회사가 어렵고, 쉬고 있는 직원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강제성을 둔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며 "회사는 정리 해고 수순을 밟으며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미리 세워둔 듯하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지회는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현범 회장의 다음 재판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너 리스크로 인해 회사가 어떠한 피해를 입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다음 기일은 5월 17일 오전 10시다.
한편 조현범 회장은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타이어몰드를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배당금 등의 형태로 조현범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흘러 들어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조현범 회장은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경영이 부실한 것을 알면서도 지인의 회사에 50억 원의 회삿돈을 빌려주고, 집을 수리하거나 5억 원대 페라리 488피스타 등 외제차를 사는데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총 200억 원대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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