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숙박 예약 플랫폼 '꿀스테이'를 운영하는 파인스테이가 지역 숙박업 경영자연합회(숙경연)와 담합에 나선 정황이 파악됐다. 파인스테이는 꿀스테이 점유율 증진을 위해 여타 플랫폼 광고가격 상한선을 지정하고, 꿀스테이 앱을 통한 예약을 강요하는 등 연합회 소속 숙박업체 점주들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파인스테이는 다른 숙소 예약 플랫폼의 사업을 방해하고 여러 불법 행위들을 계획하고 실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꿀스테이 임직원들은 회사 앱의 시장 정착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대구숙박업경영자연합회 운영에 직접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회 소속 숙박업주들과 함께 불합리한 경쟁구조를 바꾸겠다는 대외 공언과 달리 담합에 나선 것이다.
현재 꿀스테이의 임직원은 숙경연의 관련 업무를 대부분 겸하고 있다. 꿀스테이의 손희철 부사장과 박기현 본부장은 꿀스테이에 소속돼 영업활동을 하면서도, 숙경연의 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손 부사장은 숙경연 내에서 대구지역 지회장을, 박 본부장의 경우 대구 달성군 회장과 숙경연의 공지를 담당하고 있다.
손 부사장은 파인스테이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파인원홀딩스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이들은 숙경연의 여러 모임에 참여하며 숙경연을 꿀스테이의 사업 전략 기지로 활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숙경연 임원 모임이 꿀스테이 사무소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꿀스테이와 숙경연 임원들은 현재 다른 숙박 플랫폼에 쓰는 광고비 상한선을 설정, 점주들에게 강제로 따르도록 지시하고 있다. 광고비 최고 상한선을 야놀자 300만 원, 여기어때 200만 원 등으로 설정하고 오픈광고 기간을 2개월로 정하는 식이다. 이후로도 꿀스테이와 숙경연 임원들이 강제하는 광고 상한선은 계속 낮아졌다. 야놀자의 경우 최초 300만 원인 상한선이 현재 40만 원까지 내려갔다.
꿀스테이와 숙경연 임원들은 다른 숙박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광고 상품 등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다른 숙박 플랫폼에서 팔고 있는 광고 상품, 예를 들어 마이룸, 쿠폰룸, 포인트룸, 페이백룸 등을 통한 쿠폰발행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자는 결의 사항을 공지하기도 했다.
꿀스테이와 숙경연은 요금 현실화를 명목으로 객실 요금의 하한선도 정했다. 꿀스테이와 숙경연 임원들은 숙박업체들에 본인들이 지정한 요금표(앱상 가격)를 인쇄해 배송하는 등 판매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적극 지시하면서 이를 따르라고 공지했다.
이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숙경연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한 영상에서 배상재 대구지회장은 "요금 현실화가 다른 분이 들으면 공정거래법에 위배되겠지만도"라며 본인들의 불법 행동을 인식하고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꿀스테이와 숙경연은 다른 숙박 플랫폼 앱 이용 고객들에게 앱 결제를 취소하게 하고, 현장 결제 또는 꿀스테이 앱으로 예약 변경과 결제를 하도록 유도하기까지 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 손님을 꿀스테이로 유도하라는 내용의 유인물도 배포했다. 꿀스테이와 숙경연은 다른 숙박 플랫폼 앱상 객실 판매가격을 현장 결제나 꿀스테이 판매 가격보다 10%가량 높게 설정하도록 숙박업체들에 지시했다.
아울러 꿀스테이와 숙경연은 위와 같은 지시를 따르는지 모니터링하고, 따르지 않으면 압력을 가했다. 지시를 불이행하는 업체는 단체 대화방에서 공개 비난했다. 숙박업체에 비품을 공급하거나 세탁 용역을 담당하는 관련 업체들에 압박을 가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04년 9월 설립된 파인스테이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공급업,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과 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곳이다. 파인스테이는 현재 꿀스테이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파인스테이는 지난 2020년 8월 대구‧울산 지역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꿀스테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21년 3월 서울과 수도권, 같은해 7월 대전‧부산, 8월 광주 지역에 차례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앞서 채지웅 파인스테이 대표는 꿀스테이 출시에 대해 "시대의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성장가도를 달려온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현 파인원홀딩스)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상황에서 숙박업경영자들이 기존 숙박예약앱의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지웅 대표는 "플랫폼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한 숙박 예약 앱이 시대의 요구라고 판단해 꿀스테이를 출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실상을 달랐다.
대구에서 숙박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숙경연 임원들은 꿀스테이를 사용하지 않는 점주들을 간첩 취급한다. 꿀스테이가 아닌 다른 앱을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 젊은 숙경연 임원들이 한창 바쁜 저녁 시간에 업장으로 찾아와서 으름장과 횡포를 놓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야놀자든 여기어때든 여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은 점주의 선택이고, 자유이지 않은가"라고 묻고 "다른 앱을 사용하면서 기꺼이 광고비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데 아직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꿀스테이만을 이용하라고 강요하니 답답하다. 매출이 급락해 피해액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숙박업체 운영자 B씨는 "보통 숙박업체는 연로한 분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숙경연의 젊은 임원들이 다짜고짜 찾아와 횡포를 놓고 영업을 방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면서 "점주들의 속은 썩어들어가고 있지만 혹시라도 해코지를 당할까봐 쉬쉬하고 있는 중이다. 생계가 달려 있는 업장 영업을 멋대로 막으니 미칠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꿀스테이의 횡포가 사실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꿀스테이가 대구 지역의 숙박비 하한 기준을 높이면서 대구 전체의 숙박비가 전국적으로 상위권에 위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꿀스테이가 대구에 국한하지 않고 영남 권역 전체로 사세를 확장 중이라고 들었다. 플랫폼 업계 전체를 모두 죽이는 처사이자 소비자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지적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담합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꿀스테이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숙경연 측 관계자는 "숙박업종들의 불합리성을 함께 이야기하는 관계다. 누가 보면 담합일 수도 있겠지만 따져보면 담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야놀자 등 여타 플랫폼들에 대해서 배타적인 부분이 있냐고 물었을 때는 "대구나 영남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숙박업체 점주들에게는 야놀자 등은 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보고서 및 한국평가데이터(KoDATA)에 따르면 채지웅 대표가 지분 4.13%를 보유 중인 파인원홀딩스의 2021년 말 기준 총자산은 451억2500만 원이다. 동기 매출액은 152억8300만 원, 영업이익은 31억2700만 원, 순이익은 33억900만 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