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고령화로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국내 보험사들의 '생존급여금'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같은 장수 리스크가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생보업계에서는 상품 개정을 통해 보험료를 올리거나 생존급여금 금액을 줄이는 등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1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23곳이 지난해 소비자에게 지급한 생존급여금은 17조5635억 원으로 전년(12조5281억 원) 대비 40.19% 증가했다.
생존급여금은 계약 만기나 중도 해지, 상해·입원 등에 따른 보험금이 아니라 계약 기간 내에 사망하지 않은 고객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다.
최근 생존급여금의 증가세는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2017~2018년 9조 원대를 기록하던 생존급여금은 2020년 말 전년 대비 약 9% 증가한 10조7473억 원으로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약 16.6% 증가했다.
주요 생보사 중에서는 지난해 삼성생명이 전년(3조1492억 원) 대비 75% 증가한 5조6311억 원을 지급했으며, 교보생명이 전년 대비 약 28% 증가한 2조5666억 원, 한화생명이 약 24% 증가한 1조8548억 원을 지급했다.
이처럼 최근 생보업계의 생존급여금 지출이 급증한 주요 배경으로는 연금보험 상품이 꼽힌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판매했던 연금보험 상품들의 보험금 지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보험사들의 지출 부담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옛날에는 보통 60세 정도가 만기였고 암보험 같은 경우 50세 만기도 있었다"면서 "예전에는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생존했을 때 보장도 관대하고 보험료도 저렴한 편이었다. 최근 사망률이 떨어지면서 그 당시에 가입했던 분들의 생존급여금이 나오고 있는데 장수 리스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존에 있던 상품들은 건들지 못하고 상품 개정을 통해 보험료를 올리거나 생존급여금 금액을 줄이는 등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출산율 저하로 보험료 수익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출만 늘어나고 있어 보험사들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험 가입률이 떨어지며 미래고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개인형 생명보험의 연평균 신계약건수 증가율은 30세 미만(-5.5%), 30대(-7.2%), 40대(-3.3%)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생존급여금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개인연금보험이나 노후 준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생존급여금 지급이) 계속 늘게 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맞물리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규로 유입되는 고객 및 수입보험료보다 연금 보험금 지급 등으로 나가는 비중이 커지게 되는부분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