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강남↑…서울 부동산 시세 양극화 양상


대세하락 심리 여전…지역별 매수·매도 우위 달라
"저금리·유동성 꼈던 거품→적정가 찾는 단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역에 따라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단지. /권한일 기자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 시세가 지역별로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준 금리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부동산 규제도 대폭 완화되면서 거래절벽은 해소됐지만 '대세 하락' 심리가 여전해 지역과 입지에 따른 매수·매도자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는 분석이다.

19일 <더팩트>가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 밀집지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주요 아파트 값은 지난해부터 줄곧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최근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선 반등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시세를 주도하는 중계동 청구3차 84.77㎡는 지난 5일 10억3000만 원에 체결되는 등 작년 10월 이후 9억 원 후반에서 10억 원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평균 체결가인 14억 원 보다 30%가량 빠진 금액이다.

도봉구 도봉한신 84.94㎡는 이달 평균(3건) 5억2000만 원에 거래돼 2021년 말에서 작년 초까지 형성된 시세인 7억 원 초반 보다 약 28% 떨어진 채 거래되고 있다.

강북구에선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67㎡ 매물 4건이 지난달 평균 7억68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2021년 하반기 평균 체결가인 11억 원보다 30% 넘게 빠진 가격이다. 이 아파트 시세 낙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더팩트>에 "지난달부터 거래절벽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게 맞지만 여전히 매물이 넘쳐나고 문의가 적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가 대비 수천만 원 네고도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경. /권한일 기자

반면 강남권 주요 단지 시세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 초까지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송파구 일대 대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달 신천동 파크리오 84㎡ 매물 5건은 평균 18억6500만 원에 체결됐다. 이 아파트 동일면적은 불과 지난해 말까지 16억 중반대에서 거래됐지만 올 2월부터 다시 오름세다.

인근 잠실엘스 전용 84㎡ 매물 5건은 지난달과 이달 평균 21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작년 말부터 올 2월 중순까지만 해도 18~19억 원 선에서 거래가 쏟아졌지만 시세가 반등했다.

강남구 도곡렉슬 84.99㎡는 연초 23억 원 중반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말부터 26억 원 선에서 잇달아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롯데캐슬베네루체 전용 84㎡도 올 초까지 10억 원 중반 선에서 거래된 후 소폭 오름세로 전환해 지난 1일에는 11억8500만 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기준 금리가 안정되고 있지만 집값 고점 인식이 여전해 매도·매수세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입지 등에 따른 시세 양극화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또 각 지역과 단지별 적정 시세를 찾아가는 단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규제 완화 혜택을 받는 강남4구 주요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도자 우위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 노도강 지역 등에선 여전히 매수자 우위가 두드러져 시세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작년까지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저금리 유동성으로 각 지역이 가진 근본적인 요소와 별개로 과하게 거래량이 늘었고 거품이 존재했었다"면서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조정으로 영끌·갭투자가 어려워져 입지에 맞는 적정가를 찾아가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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