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이 최근 굵직한 2차전지 관련 기업의 IPO(기업공개) 상장 주관 자리를 따내며 관련 실적 경쟁 순위도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업종 주가가 과열됐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어 주관 수익과 공모 흥행 여부를 두고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공동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함께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대표 상장 주관을 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2차전지 장비사인 필에너지의 상장도 주관한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코스닥시장을 뜨겁게 달군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대표 주관 자리를 따냈다. 2차전지 양극 핵심 소재로 꼽히는 전구체 생산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달 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시장은 기업가치만 2조~5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에너지는 필옵틱스의 물적분할 자회사로, 지난해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로 연내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2차전지 제조사인 삼성SDI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전고체용 전해질과 배터리 제조업을 영위하는 티디엘, 2차전지 소재 자회사를 가진 후성글로벌 상장의 대표주관사로 나선다. 후성글로벌에 대해서는 삼성증권과 함께 대표 주관사로 올랐다.
후성글로벌은 지난 2021년 후성그룹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시장이 예측하는 몸값은 1조 원 중반 수준을 뛰어넘는다. 전고체용 전해질과 배터리 제조사인 티디엘은 기술성 특례를 통한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두 증권사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성장 기대감이 커진 2차전지 업종에서도 대어급으로 꼽히는 회사들의 상장 주관을 따내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공시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상장주선인 IPO 실적'에서 선두를 달리는 증권사는 공모총액기준 △한국투자증권(926억 원, 3건) △미래에셋증권(632억 원, 3건) △삼성증권(560억 원, 2건) △한화투자증권(504억 원, 1건) △키움증권 (488억 원, 2건) 등이다. 대신증권은 390억 원(1건)의 공모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공모에 나서는 회사마다 풀어야 할 숙제가 있거나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거품 논란 등이 도사리고 있어 성공적인 상장으로 완수하기까지 녹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모기업과 관련된 사법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이 에코프로 본사를 압수수색해 임직원이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모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상장 심사와 기업가치 산정 등에 있어 기업 신뢰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에 순조로운 상장에 있어 감점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필에너지는 거래소의 '자회사 중복상장과 관련한 기준 강화'로 인해 상장적격성 심사결과 승인을 받기까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필에너지 상장으로 주주의 권익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필옵틱스 주주들의 반대도 거센 상황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9월부터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물적분할로 설립된 회사가 5년 내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보다 까다로운 심사 항목을 적용하고 있다.
티디엘은 올해 하반기 중 예비심사를 계획하고 있어 2차전지 업종 기대감에 대한 수혜를 놓칠 가능성이 있고, 증권사의 경우 올해 내 실적으로 포함시키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최근 2차전지 기업들 전반이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에코프로는 연초대비 최대 500% 가까이 치솟았고 이달 장중 82만 원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으나 연일 쏟아진 증권가의 '과열' 경고에 현재는 60만 원대로 내려왔다.
동종 업계 회사들의 주가가 내려가면 상장 예정 기업의 몸값 하락에 따라 공모가도 내려가게 된다. 산정 공모가가 낮아지면 공모금에서 수수료율로 계산되는 주관사의 수익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시장 상황의 변동 등으로 원하는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상장을 철회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상장 주관 담당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모회사 임직원과 관련해 불거진 사건과 관련이 없어 상장에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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