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사고 수습 미흡…'축구 외도' 정몽규 사면초가


3연임 협회장…독단적 사면 결정 논란
광주 붕괴 사고 사후 수습 과제 여전
HDC 실적 내림세…내부 불만 최고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 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정몽규 HDC 회장 겸 대한축구협회장을 둘러싼 악재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초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 관련 사태 수습이 순탄치 못한 데다 지난달에는 중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한 기습적인 사면 발표 후 협회 수장인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본업인 회사 실적도 하락세다. 주력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실적이 수년째 내림 폭을 키우면서 HDC그룹 전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급감했고 부채는 불어났다. 여기에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간 대립으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정 회장이 이끄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대한축구협회가 휘청이면서 그의 리더십에 의문 부호가 달리는 모습이다.

◆광주 붕괴사고 수습 '삐그덕'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은 철거 방식을 놓고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HDC현산이 내놓은 철거 공법은 비산먼지 발생 가능성이 높고 주변 피해가 예상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HDC현산은 벽체 철거는 상부부터 압쇄공법(집게모양 유압기를 오므려 부수는 공법)으로 진행하고 기둥은 다이아몬드(DWS) 줄톱으로 잘라내는 절삭 공법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피해대책위 주민들은 철거 공법에 대한 중립적인 전문가 판단과 공청회 개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 시공사와 관할 관청의 불통(不通)을 호소하는 불만이 커지면서 행정심판까지 제기된 상태다. 당초 추가 절차가 마무리될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예정됐지만 행정심판 결과 등에 따라 대립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실시공으로 초래된 대형 사망 사고 뒷수습에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직접 나서, 공을 들이고 있지만 사태 발생 후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끔하게 매듭 지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월 22일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 내부가 무너져있다. /더팩트DB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불통 논란 기름

이런 와중에 그는 지난달 승부조작 등 각종 비위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축구인 100명을 대한축구협회장 자격으로 일괄 사면했다. 이번 '기습사면 스캔들'로 여론이 들끓자 정 회장은 사면 발표 후 사흘 만에 공식 사과하고 입장을 번복했다. 하지만 싸늘하게 식은 여론과 그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 회장의 불통 일 처리 방식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대적인 사면 결정임에도 '협회장 고유 권한'을 앞세워 이렇다 할 외부 의견 수렴 조차 없이 진행된 데다 과거 승부조작 징계 당사자인 프로축구연맹의 반대 의견 조차 무시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축구협회가 얼마나 폐쇄적인 환경에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몽규 협회장의 중도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축구계 안팎에선 2025년 1월까지인 그의 3연임 임기 막바지에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회사 실적 '하락일로'…노조 반발 '내홍'

정 회장이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인 그룹 지주사 HDC 실적은 수년째 내림세다. HDC그룹 연결 손익계산서를 보면 지난해 회사 매출은 5조 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정점이던 4년 전보다 각각 70.9%, 80.7% 줄어 1585억 원, 369억 원에 그쳤다. 반면 부채총액은 28.2% 불어 6조7595억 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실적하락은 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HDC현산 실적이 주저 앉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매출은 2019년 4조2164억 원을 달성한 뒤 지난해 3조2982억 원으로 21.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514억 원에서 1163억 원으로 -78.9%, 당기순이익은 71.9% 쪼그라들었다. 또 영업현금흐름 적자는 1조7351억 원으로 늘었다.

회사 내부에선 급여 인상률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산 노조가 올해 전년대비 20% 임금 인상을 요구한 가운데 사측은 지난 2018년 변경된 취업 규칙에 따라 이듬해부터 기본 인상률 2%에 인사고과에 따른 1% 가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서장석 현산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4일 HDC현산 주총에서 "임직원 급여가 10대 건설사 중 최저 수준"이라며 "광주 붕괴사고 후 직원 이탈이 늘자 사측이 급여 인상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1월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더팩트DB

실제로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DC현산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전년보다 8.2% 줄어든 6700만 원으로, 2년째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급여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10대 건설사 평균 급여는 9650만 원이다.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사측의 연봉인상 약속 후 달라진 게 없다", "회사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내부가 곪아간다", "사기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다" 등 악화된 내부 분위기를 토로하는 HDC현산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와 관련해 HDC 관계자는 <더팩트>에 "작년에 일반적 수준의 임금 변동이 있었고 올해 급여 인상분은 계속 협의 중"이라며 "이와 별개로 최대 1억 원의 주택자금 저리대출과 입원치료비 확대 등의 복리후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광주 화정 인근 주민 반발에 대해 "해체 작업 시 비산먼지 저감을 위한 살수 인원 배치와 집진기, 시스템비계·매직패널, 외부 방진막 등을 설치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회장이 HDC와 축구협회를 동시에 이끌어 가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회사 내에서도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HDC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HDC는 인적분할된 주력 계열사 HDC현산 지분의 41.5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광주 붕괴 사고 후 HDC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그와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지주사인 ㈜HDC 지분 41.83%를 보유해 그룹 전체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62세인 정 회장은 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셋째 동생인 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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