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신용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연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후행적으로 대출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면서도 저신용자 유입 증가 등 보험사 대출 현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4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5곳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10.3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0.2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6곳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0.33%포인트 오른 연 9.90%로 나타났다.
보험사별로는 KB손해보험(12.02%), 흥국화재(11.49%), 한화생명(11.54%), 교보생명(10.54%), 흥국생명(10.22%) 등이 연 10%대였다.
현대해상(9.73%), 신한라이프(9.55%), 삼성생명(9.44%), DB손해보험(9.25%), 삼성화재(9.01%) 등은 연 9%대 수준을 보였고, 미래에셋생명(8.15%)은 8%대였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신용대출 금리가 지난해 말 대비 1.47%포인트 상승했다. 한화생명은 1.44%포인트, 삼성화재는 1.05%포인트, 현대해상은 0.84%포인트, 흥국생명은 0.37%포인트, 교보생명은 0.19%포인트를 각각 올렸다.
이는 주요 은행이 금융 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대출 금리를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연 4.75~6.12%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상단은 1.15%포인트, 하단은 1.01%포인트 내린 값이다.
문제는 올해 들어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보험사 대출 금리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이다. 보험사의 대출금리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와 신잔액코픽스, 금융채, 국고채 등 회사별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코픽스는 지난해 말 4.34%에서 지난달 3.53%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금융채 역시 5.536%에서 3.996%로 하락했다.
보험사들은 대출 금리 인하 기조가 시간차를 두고 반영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평균금리' 적용이라는 특수성, 고신용 차주의 1금융권 이동, 저신용자 유입 증가 등 보험사 대출 현황을 감안해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제1금융권에서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을 시행하면서 고신용자들이 대거 이탈했고, 1금융권에 밀린 저신용자들이 보험사 신용대출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어 평균이 높게 산정됐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출금리 산정 기준 자체가 시중금리와 과거 투자 수익 등을 고려해서 산정되기 때문에 시중 금리가 오르지 않는 이상은 계속 하향 추세로 가지 않을까 전망한다"며 "신용대출의 경우 개인 신용도에 영향을 받다 보니 그에 따른 금리 변동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기준금리가 계속 인상됐을 때도 보험사의 경우 인상 폭이 늦었었고 시점이 늦게 반영된다"며 "후행적으로 대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연일 금융권의 상생금융 노력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시장금리 상승 등 비용상승 요인을 금융권에서 최대한 자체적으로 흡수해 차주들에게 전가되는 금리인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2일 '민생침해 금융범죄 근절을 위한 비대면 생체인증 활성화 정책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상생금융 노력 등으로 가계 부담이 적어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금리 상승기 이전보다 부담이 계속되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보험이나 다른 업종에서도 회사 경영진이 특정 상품과 관련해 금융 당국과 함께하는 자리를 갖고 싶다고 하면 만사를 제쳐 두고 가서 함께 자리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