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2% 전망 시기상조…금리 낮출 거란 기대말라"


SVB 사태 계기로 예금보호제도 개선 '고심'
가짜뉴스발 '디지털뱅크런' 막기 위해 AI 도입도 고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과 만나 최근 금리를 너무 미시적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라 등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반박했다. /한국은행

[더팩트|최문정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과 만나 최근 "금리를 너무 미시적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라" 등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반박했다.

이 총재는 "한국처럼 변동금리부가 많아 금리가 올라가면 예대금리차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레고랜드 사태 다음에 더 많이 벌어졌다"며 "정부가 그 마진을 줄이도록 지도나 부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물가 목표치인 2%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하반기 물가를 낮추려면 강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상반기 물가는 2분기에 들어가면 3%대 가능성은 많을 것으로 보는데, 12월까지 봐야 한다. 그것부터 확인하자는 게 금융통화위원회의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경제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빨리 회복되면 성장률이 좋아질 수 있다"며 "반도체를 빼면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반도체 경기와 하반기 물가, 성장패스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SVB 사태를 겪으며 디지털 경제 상황 속에서 예금보호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SVB 사태에서 가장 놀란 게 스피드라고 한다"며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니, 과반이 이런 얘기를 나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SVB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예금 인출 속도가 100배는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현행 예금보호 한도와 지급 속도, 가짜뉴스 모니터링과 규제 등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SVB 뱅크런) 사태로 많은 중앙은행이 디지털경제 상황에서 규제나 예금보호제도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짜뉴스가 나오면 결제수요가 갑자기 커진다. 결제망에 있는 채권자산의 한도를 늘려야 하느냐 같은 고민도 있다"며 "예전 같으면 은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금보호공사를 통해 예금을 돌려줄 때 며칠 사이 돌려줘도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2~3시간이면 다 (돈을) 뺄 거다. 한도뿐 아니라 얼마나 돈을 빨리 지급하는지 등 이런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웰컴·OK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관련 악성루머가 퍼져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가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을 내놓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총재는 "가짜뉴스를 어떻게 모니터링해서 소셜미디어에 안 퍼지게 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해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도 인공지능(AI)을 만들어 가짜뉴스인지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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