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적자인데…이중근 2년간 3120억 배당 축적, 어디에 쓸까


94% 지분율··· 재계 2위 배당 지속
83세 고령, 현금성 자산 축적 눈길
회사 매출 -86.3%··· 순손실 800억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작년과 올해 그룹 배당금으로 총 3120억 원을 수령했다. /더팩트DB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최근 2년간 3120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령했다. 앞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받은 배당금은 122억 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2년 새 배당 지급액을 26배 가량 불린 셈이다.

회사 역사상 최대 배당금 배정으로 논란이 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배당금 지급이 이어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해 83세의 고령인 이 회장이 고(高)배당으로 현금 자산을 쌓고 있는 이유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17일 ㈜부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배당금으로 1259억8399만 원을 책정했다. 배당액 대부분은 회사 전체 주식의 93.79%를 보유한 이중근 회장에게 지급된다. 보유 주식으로 환산하면 1181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계열사·손자기업 등에서 발생한 배당 수령금을 합쳐 총 1220억 원가량이 지급됐다.

이는 부영보다 매출 규모가 수십배 큰 현대차·LG·SK그룹 등 재계 상위 재벌 총수들의 배당액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올해 1114억 원을 배당받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보다 106억 원 많고 재계 순위 1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3048억 원)에 이은 국내 두 번째다.

이중근 회장은 작년에도 부영과 동광주택산업, 광영토건 등 계열 3사로부터 총 1900억 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챙겨 배당액 기준 국내 2위 기업인에 오르기도 했다.

부영의 작년 말 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조930억 원으로 배당을 적용하는데 상법상 문제는 없다. 다만 유보금과 별개로 최근 2년간 그룹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에는 지주사 실적이 적자전환하는 등 경영 상황이 갈수록 악화됐음에도 이 기간 동안 현금 유출을 통해 수천억 원대 배당금을 챙긴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부영그룹은 2020년 매출 2조4877억 원, 영업이익 3627억 원을 기록했지만 2021년 매출 1조7440억 원, 영업이익은 1286억 원으로 각각 29.9%, 64.5% 급감했다.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부영주택 매출은 전년대비 66.8% 줄어든 5564억 원, 영업손실 1615억 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또 지주사인 ㈜부영 매출은 전년대비 86.3% 급감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각각 1028억 원, 798억 원 발생해 적자로 돌아섰다. 전체 그룹사 연결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선 올해 83세인 이 회장이 2세 승계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면서 거액의 배당금으로 현금성 자산을 축적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 회장이 지난 2019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더팩트DB

모 건설사 임원은 <더팩트>에 "이 회장은 고령임에도 여전히 회사 경영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부영은 건설사들 사이에 보수적인 행보로 정평이 나있고 전면에 나서지 않는 기업이지만 이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을 할 시기가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IR 업계 한 관계자는 "부영과 같은 규모의 대기업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안이 검토될 수 있지만 현금을 이용하는 것은 공시가 되는 사항이 아니므로 주식 증여에 비해 추적이 어렵고 대내외적인 관심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주식을 통한 경영권 승계 또는 증여 시 발생할 천문학적인 증여세에 대비해 현금 자금을 쌓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법상 비상장주식 증여 시 주식평가액에서 공제액을 차감 후 산정된 과세표준에서 최대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1조 원이 넘은 미처분이익잉여금을 보유한 부영의 기업가치를 보수적인 관점에서 최소 PBR(주당순자산비율)로만 추산한다고 가정해도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증여세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증여 받은 세금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 회장이 자녀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를 위한 현금성 자금 확보가 필요할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그는 현금 증여에 대한 세금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 회장은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 이성욱 부영 전무,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등 세 아들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직함만 가지고 있을 뿐 실제 그룹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대신 막내 딸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가 2021년 지주사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이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계열사인 동광주택산업, 동광주택, 오투리조트 등의 사내이사로서 경영에 참여 중이다.

현재 부영 지분 구조를 보면 이 회장이 93.79%를 가지고 있다.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이 2.18%의 지분율을 확보 중이고 교육 재단인 우정학원 0.79%, 자사주 3.24%로 구성돼 사실상 오너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43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구속 수감돼 2020년 10월 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듬해 8월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됐지만 5년 취업제한 규제에 묶였다. 그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첫 특별사면에서 제외되면서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절대적인 주식 비율을 통해 실질적인 그룹 오너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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