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한 가운데 서민들의 급전 창구였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의 금리 하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안정세가 금융당국의 채안펀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금융 불확실성을 고려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전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이로써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된 지 1년 6개월 만에 인상 행진이 멈췄다.
이미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고조된 금융 불안 역시 기준금리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동결로 카드론 금리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는 대신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데, 여전채는 기준금리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여전채 금리도 인상되고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카드사들이 카드론 금리를 올릴 개연성이 커지는 구조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주요 카드사 8곳(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지난 2월 카드론 금리는 연 12.23~14.91%로 전월(12.09~15.03%) 대비 하락했다.
각종 대출금리가 치솟았던 지난해 말 주요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상단 기준 연 16%를 넘기도 했다. 이때와 비교하면 금리가 최대 1.5%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금 조달 방법인 여전채 금리도 이미 하락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가 집계한 지난 10일 기준 여전채 3년물(무보증‧신용등급 AA+) 금리는 올해 초 연 5.141%에서 최근 연 3.903%(7일 기준)로 1.238%포인트 하락했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3개월이 소요된다는 걸 감안하면 당분간 카드론 금리는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 덕분에 여전채 금리가 내려간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동결이 바로 카드론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지만, 당분간 여전채 금리가 안정되면서 시차를 두고 카드론이나 리볼빙 같은 상품 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기준금리 동결이 카드업계 금리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여전채 안정세가 금융당국의 채안펀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금융 불확실성을 고려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채안펀드의 여전채 매입 효과가 도중에 끝나게 되면 현재 국내외적으로 높은 금리 때문에 여전채가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은행 중심으로 금융권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로 여전채를 매입하는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도 변수로 남아있다. 여전채 발행 금리와 카드론 등의 금리가 연동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카드사의 경우 기준금리 동결로 기조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