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국내 전기차 분야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통 큰' 투자를 단행한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미래 신사업 지원 정책에 발맞춰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글로벌 '톱3' 도약을 목표로 한 중장기 경영 전략을 실행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역시 국내 전기차 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투자 촉진에 걸림돌이 되는 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해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을 현재의 5배로 확충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 수출 허브의 입지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현대차그룹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 2030년 151만 대로 확대"
현대차그룹은 11일 경기도 화성시 오토랜드화성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와 정의선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현대차∙기아와 부품사 임직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의 기공식을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과 함께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가 전기차 분야의 국내 생산·수출 확대와 연관산업 강화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8년 동안 국내에 24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지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보급률 급속 증가,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혁명 등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았다"며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자동차산업은 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세제 지원 등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기차 전용공장에 관해 "2030년까지 계획한 '국내 전기차분야 24조원 투자'의 첫걸음"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세계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도 원팀으로 뛰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국내 투자로 전기차 산업 고도화 등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 허브 역할을 강화해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51만 대(수출 92만 대)로 확대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64만 대로 계획하는 등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 진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2030년까지 갖추게 될 전기차 라인업은 모두 31종이며, 기아는 올해 EV9을, 현대차는 2024년 아이오닉 7을 출시할 계획이다.
먼저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과 함께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전환 등을 추진한다. 특히, 전기차 생산 공장 내 설비 국산화율은 99% 수준으로 국내 경제와 국가 산업경쟁력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제품 라인업 확대 등 연구개발(R&D) 투자와 더불어 협력사와 기술 공동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도심의 부족한 초고속 충전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3000기를 구축해 초고속 충전사업을 전개하고, 전기차 충전서비스 플랫폼(E-CSP)을 사용하여 안정적이고 고품질의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29년 만에 국내 車 생산기지이자 세계 최초 'PBV 전기차 전용' 공장
기아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1994년 현대차 아산공장을 기공한 지 29년 만에 국내에 건설하는 완성차 제조 공장이자 국내 최초로 신설하는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기차 전용 공장이다.
약 3만 평의 부지에 1조 원 규모를 투입해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양산 시점에 연간 15만 대 생산 능력을 확보하며 향후 시장 상황에 맞춰 확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기아의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은 미래 혁신 제조기술을 대거 적용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공장으로 구축된다. 특히,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한 고도화된 자동화 방식과 인간 친화적인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현대차·기아의 스마트팩토리 브랜드 '이포레스트' 기술로 효율화와 지능화도 추구한다.
기아는 신설 공장에서 고객 맞춤형 전기차를 전용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먼저 오는 2025년에 선보일 PBV 라인업의 최초 모델 SW(프로젝트명)는 중형급 사이즈로 개발된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PBV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체를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다.
기아는 중형 사이즈 PBV인 SW 론칭 이후에 일반 물류, 신선식품 배송, 다인승 셔틀, 이동식 오피스와 스토어로 활용이 가능한 대형 사이즈 PBV를 비롯해 소형 사이즈 PBV,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중형 사이즈 로보택시까지 제품 라인업을 늘려 나갈 방침이다.
송호성 사장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모두 24조 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우리나라의 글로벌 전기차 3대 강국 도약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국내 전기차 연구개발, 생산, 인프라 등 전후방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상생협력 프로그램 5.2조 규모 운영…"부품업계 경쟁력 강화 지원"
현대차그룹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협력사와 '상생 경영'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5조2000억 원 규모의 '신(新)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차 협력사는 물론 직접 거래가 없는 5000곳 이상의 2·3차 협력사에 지원을 확대한 것은 물론 이들 회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협력사와 함께 원자재가 조정주기, 기준지표 등을 합의하고 원자재가 변동 시 납품가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금리·환율 인상으로 인해 1차 협력사보다 더 큰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는 2·3차 협력사가 수익성을 유지하고 부품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조성하고,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내연기관차 부품 협력사의 자금 유동성을 위해 '사업다각화 지원 펀드'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올해부터 담보 부족이나 대출 한도 초과로 인해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2·3차 협력사를 위한 '대출 신용보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250억 원씩 출연해 '공동투자 R&D 기금'을 마련해 자동차 부품과 인프라 관련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협력사를 지원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국내 전기차 전후방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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