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포스코홀딩스가 최정우 회장에게 상여 명목으로 주식을 증여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최 회장이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받은 상태에서 성과 명목으로 추가로 주식 증여받으며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쓴소리가 포스코 안팎에서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스톡그랜트 보상 내용을 지난 7일 공시했다. 스톡그랜트 규모를 살펴보면 최 회장은 지난달 31일 스톡그랜트로 1812주를 받았다. 이는 당일 종가 1주당 36만8000원으로 환산하면 6억6682만 원 규모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755주(2억7784만 원)를 취득했으며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팀장(부사장) 538주(1억9498만 원)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부사장) 538주(1억9498만 원)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 410주(1억5088만 원) △천성래 철강팀장 410주(1억5088만 원) △양원준 커뮤니케이션팀장 404주(1억4867만 원) 등이 자사주 400주 이상을 받았다. 전체 규모로 보면 99억8758만 원 수준이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1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2만7030주를 포스코홀딩스와 계열사 임원들에게 무상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가 도입한 스톡그랜트(Stock Grant) 제도로, 회사 임직원에 특정 가격으로 자사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자사주를 무상으로 지급한다.
과거 포스코그룹은 스톡옵션 제도를 유지하다 지난 2006년 폐지하고, 스톡그랜트 도입을 지속 추진해왔다. 임직원에게 주식을 통한 보상이 주어지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책임경영'에 적극 호응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스톡그랜트는 주로 스타트업이나 기업 내 여유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성과를 낸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 활용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포스코홀딩스는 잉여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아님에도 스톡그랜트를 도입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최 회장과 경영진이 스톡그랜트를 받을만큼 성과를 냈느냐는 부분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7월 그룹 내 사장단과 전 임직원을 소집한 '그룹경영회의'를 개최하고 전사 차원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최정우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에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면서 올해 1월까지 135일간 전사 역량을 복구 작업에 집중했다. 태풍 피해가 반영되면서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7% 급감했다.
특히, 최 회장의 경우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받은 상태에서 추가로 무상 주식까지 취득하는 것이 사실상 '꼼수로 성과급을 더 받는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급여 10억300만 원, 상여 18억82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800만 원 등 28억93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는 전년 보수(18억2900만 원) 대비 58% 증가한 금액이다. 급여와 상여는 각각 전년 대비 1억200만 원, 9억5600만 원씩 늘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스톡그랜트는 지금 당장 성과급을 제공할 수 없으니 미래 가치 제고를 위한 유인책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것인데, 최정우 회장같은 경우 이미 대규모로 성과급을 지급받은 상태에서 추가로 주식을 무상 증여받은 것이다"면서 "이는 결국 임원 상여 규모에 제한이 있으니 주식 증여를 통해 추가로 성과급을 지급받았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정우 회장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포스코홀딩스 임원에 스톡그랜트를 지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스톡그랜트를 약 100억 원 규모로 지급했지만, 지난해 스톡그랜트를 지급한 SK그룹의 경우 2억9600만 원대였다. SK의 스톡그랜트 규모가 포스코홀딩스의 3%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임원진에게 성과 보수를 대규모로 제공해 우호 세력을 만든다는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스코홀딩스 내외부에서 스톡그랜트와 관련한 불만도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와 포항지부·포스코지회·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경영진에 스톡그랜트로 수백억 원의 주식을 무상 증여했다"며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한 포스코 원하청 노동자와 지역사회 시민의 피땀은 외면하고 경영진은 은밀하게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측은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시행한 계기는 임원분들의 성과와 주주 가치 제고를 연동하기 위한 조치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차원에서 도입하는 것이다"며 "실제 글로벌 평가기관들도 임원 보상을 현금보다 주식을 지급하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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